국민회의 김대중 총재(DJ)의 대구.경북(TK) 세력 끌어안기가 결실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자민련 박준규 고문이 공개적으로 DJ 지지를 표명한데 이어 무소속 박태준
의원은 29일 여권의 "유혹"을 뿌리치고 DJP 지지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박의원은 이날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DJ)와 조찬회
동을 가진 직후 친DJ 발언을 쏟아냈다.

박의원은 이날 김총재와 70분간 회동한뒤 도쿄 주재 국내언론사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진자리에서 "21세기엔 개발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이 뭉쳐나가
는게 중요하다"며 "DJP 단일화가 될 필요성이 있으며 나는 DJP 단일화를 위해
할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김총재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박의원은 또 "김총재가 세계경제 외교에 특히 치밀한 준비가 돼 있는 느낌을
받았다"며 "영남권에서 김총재에 대해 불안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내가
김총재의 얘기를 전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자신이 "전도사" 역할을
맡을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의원은 특히 "단일화는 "지지율 5% 상승" 효과밖에 없지만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지지율이 20%가량 상승하지만 여당후보 등에 지는 JP로의
단일화는 고려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결국 박의원은 DJP만 성사되면 DJ를 밀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박의원의 이번 친DJ 발언은 개인차원이 아닌 상당수 TK인사들의 의견을
집약한 것일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의원이 최근 자민련 박준규 고문을 비롯 박철언 김복동의원 등 TK출신
의원들을 잇달아 만나 행동통일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
이다.

재경경북도민회장을 맡고 있는 엄삼탁 전 병무청장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이벤트도 다음달이면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국민회의 특별본부 지도위원"으로 불리기도 하는 엄전청장은 현재 물밑에서
DJ 지지세력 규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전청장의 활약과 관련,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그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만 1백명이 넘을 정도로 TK지역에 대한 영향력은 대단하다"며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꿀수 있는 대규모 집단영입이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밖에 국민회의는 문희갑 대구시장의 영입도 끈질기게 추진하고 있다.

김총재는 다음달 5일 대구를 방문, 문시장을 면담하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국민회의는 이같은 TK와의 연대가 DJP 단일화에 의해 더 큰 폭발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TK지역뿐만 아니라 인접한 부산.경남(PK) 충청 강원권까지 DJ바람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TK와의 연대를 통해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단일화를 수용하도록 압박을
가할수 있다는 측면도 국민회의가 기대하는 점이다.

어쨌든 이같은 TK와의 연대추진으로 김총재의 TK권 지지도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게 국민회의의 내부분석이다.

당정세 분석실 관계자는 "최근 TK지역 1천2백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김총재가 8월에 비해 7%포인트 상승한 17%선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민련과 박태준 의원의 영향이 강한 대구권과 포항 등
동부권에서 상승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인제 전 경기지사가 PK출신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계를
등에 업고 출마할 경우 TK지역의 이전지사에 대한 지지도는 이 지역의 PK에
대한 반감 때문에 현재보다 떨어지는 반면 DJ의 지지공간은 오히려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해 김총재가 TK와의 연대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회의는 단일화가 예상대로 성사된다면 <>DJP 단일화 <>TJ의 DJP 동참
<>TK지역 인사의 대규모의 영입 <>민주당 조순 총재 등 타정파와의 제휴
등의 순으로 대선세몰이를 해나갈 계획이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