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민간연구소에 이어 정부차원에서도 조심스런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극단적인 비관론에 비기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측면에서의 제한적인
낙관론이기는 하지만 빠르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는 최근의 각종 경기관련
지표들은 이런 낙관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아직 체감경기가 바닥을 헤메고 있다는 점, 기아 등 대형 기업의
부도뒷처리가 혼선을 보이고 있고, 증시 환율등 금융의 위기가 오히려
지금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등은 여전히 지표상의 낙관론을 무색케 하고
있다.

특히 기아뒤처리를 둘러싼 채권단과 기아의 대립이 어떻게 결론지어지느냐는
것은 향후 우리경제 전반의 흐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산업생산등 경기관련 제반지표는 뚜렷하게 호전되고 있다.

무역수지도 흑자로 돌아서는 등 경상수지적자폭도 당초 예상이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연말까지 1백40억달러 내외의 경상적자로 마감할수 있을
것 같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연초의 정부 목표치 1백60억달러를 나름대로 방어할수 있다는 자신감도
붙고 있다.

8월중 산업생산지표는 수출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생산이 호전되고 출하도
12%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재고는 27개월만에 최저수준인 5.8%를 기록했다.

경기선행지수는 6개월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도
3개월동안의 하락세에서 벗어나 이번달이나 내달중 경기가 저점을 통과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특히 수출이 환율상승및 미국과 유럽의 경기호조로 2개월연속 두자리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경기호전을 이끌고 있다.

이에따라 경기가 이미 8월중에 바닥을 쳤거나 이번달에 실질적인 바닥을
쳤다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간연구소들도 내름대로 경기바닥론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많다.

그러나 한보에 이어 터진 기아사태가 장기화조짐을 보이면서 하청업체들의
연쇄부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금융시장은 여전히 경색 상태에 있다.

특히 금융기관들의 동반부실화 가능성은 대외신인도하락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의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이는 대외채무의 상환부담을 높이게 되고
그나마 무역에 의한 수지방어를 밑에서 부터 갉아 먹을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재정경제원의 한관계자는 특히 기아사태로 발생한 수치적인 손실보다는
이로 인한 경제주체들의 심리적위축과 자신감상실이 더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아문제를 시장논리에 따라 풀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같은
방식으로 인한 문제해결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주가하락과 금리급등과 같은 금융시장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경제주체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시장안정과 기아사태의 조기해결이 경기회복의 관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 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