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기업통할구조 개편 .. 정광선 <중앙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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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와 부도사태가 지속되면서 부실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의 차입경영과 과잉투자에 대한 책임의 일단을 면할 수 없는
금융기관들도 부실화되었기는 마찬가지다.
부도사태는 또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우리 경제의 대외적 신인도마저
추락시켰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으며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왜 그처럼 늦어졌는가,
그리고 앞으로는 과연 유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을 것인가.
이번의 위기를 통하여 기업들은 값진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회복과 구조조정을 통하여 수익성이 회복되고 나면 이내 그
기억은 희미해질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기업들이 다시금 방만경영의 유혹에 빠져들 것이다.
이런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간단하다.
무릇 경영자들은 보다 큰 기업을 경영함으로써 자신들의 위신과 보수를
높이려는 자연스런 동기를 지닌다.
소위 제국건설(empire-building)동기이다.
경영자들은 또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영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소위 허브리스(hubris)가설이다.
과잉투자는 바로 이런 규모확대 인센티브와 인간적 또는 동물적 근성으로
인해 발생한다.
과잉투자의 억제는 경영진의 자본배분결정을 감시하며 견제할 수 있는
기업통할체제가 기업내부에 구축되고 운영될 때만 가능하다.
방만경영의 억제는 물론 M&A시장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처럼 기업집단을 형성하고 있거나 대주주
지분률이 극히 높은 경우에는 M&A시장의 규율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또한 기업인수는 경영상태가 악화된 이후에야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며
인수과정에도 적지않은 비용이 수반된다.
90년대 들어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된 후 일본과 독일에까지 전파되고 있는
통할혁명(governance revolution)의 핵심은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기능개선에 있다.
80년대초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트리의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되었던 미국기업들의 이사회는 기관투자가와 같은 주주들의 압력에 의해
사외이사 중심으로 개편되고 최고경영자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환골
탈태의 과정을 겪었다.
초대형 기업들에서도 이사회 규모는 12명 정도로 축소되었고 사내이사는
최고경영자를 포함하여 3명정도로 줄어들었다.
일본기업들도 이사회 규모를 줄이고 있으며, 특히 소니사는 이사의 수를
종전의 3분의1로 감축함과 동시에 사외 이사제를 도입하였다.
과거 경영의사결정에 소극적으로만 개입하였던 독일기업들의 감독이사회도
경영진에 대해 채찍을 휘두르면서 미국식 사외 이사제의 기능을 수행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통할체제의 성공적 운영에는 많은 조건의 충족이 필요하다.
우선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해야
하고 이사들의 적극적 참여와 활발한 토론이 가능할만큼 이사회 규모가
작아야 한다.
그럴 경우에만 다양하고 객관적인 견해가 이사회의 토론과정에 주입되고
수렴될 수 있다.
이사회의 기능이 경영전략방향의 제시와 조언, 그리고 경영진에 대한 감시
견제 평가 보상 및 임면권의 행사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고경영자의
지휘를 받는 다수의 경영자들이 이사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은행법에 의해 형식적으로 사외이사제를 채택한 시중은행들에서 이사들이
25명씩이나 되고 경영자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면 이 이사회는 유명
무실한 존재로 전락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거기서 무슨 경영전략에 대한 심층적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며 어떻게
경영자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통할구조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경영성과에
연계된 강력한 인센티브 보수제를 시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주주가 아닌 경영자나 사외이사들이 그들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들이 상당량의 주식을 보유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그들이 주주와 같이 행동하고 기업가치의 극대화에 전력하도록 하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최근 부실기업의 수적 증가와 관련하여 외국인경영자를 수입해야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정부는 일부 공기업의 경영구조 개선을 위한
특별법 시행에 맞춰 외국인 경영자를 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영자라고해서 GE의 잭 웰치나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아
코카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문제는 사람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통할구조의 후진성에 있으며 경영자들을
분발시킬만한 당근과 채찍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오늘날의 무한경쟁시대에서는 통할체제의 수월성이 기업경쟁력 결정의
핵심이라는 점이 선진국 기업들에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통할구조 개편의 움직임이 일고 있음은 다행스런
일이다.
일부 민간기업에서 사외이사제를 도입하였고 한국통신 등 4개 공기업에서
과거와는 다른 본격적인 사외이사제가 시행된다.
정부도 마침 기업투명성 제고와 통할체제 개선을 21세기 국가과제의
하나로 채택하였다.
우리가 아직도 경영투명성 문제에까지 매달려야 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좀 더 진지하게 통할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의 차입경영과 과잉투자에 대한 책임의 일단을 면할 수 없는
금융기관들도 부실화되었기는 마찬가지다.
부도사태는 또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우리 경제의 대외적 신인도마저
추락시켰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으며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왜 그처럼 늦어졌는가,
그리고 앞으로는 과연 유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을 것인가.
이번의 위기를 통하여 기업들은 값진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회복과 구조조정을 통하여 수익성이 회복되고 나면 이내 그
기억은 희미해질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기업들이 다시금 방만경영의 유혹에 빠져들 것이다.
이런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간단하다.
무릇 경영자들은 보다 큰 기업을 경영함으로써 자신들의 위신과 보수를
높이려는 자연스런 동기를 지닌다.
소위 제국건설(empire-building)동기이다.
경영자들은 또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영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소위 허브리스(hubris)가설이다.
과잉투자는 바로 이런 규모확대 인센티브와 인간적 또는 동물적 근성으로
인해 발생한다.
과잉투자의 억제는 경영진의 자본배분결정을 감시하며 견제할 수 있는
기업통할체제가 기업내부에 구축되고 운영될 때만 가능하다.
방만경영의 억제는 물론 M&A시장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처럼 기업집단을 형성하고 있거나 대주주
지분률이 극히 높은 경우에는 M&A시장의 규율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또한 기업인수는 경영상태가 악화된 이후에야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며
인수과정에도 적지않은 비용이 수반된다.
90년대 들어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된 후 일본과 독일에까지 전파되고 있는
통할혁명(governance revolution)의 핵심은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기능개선에 있다.
80년대초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트리의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되었던 미국기업들의 이사회는 기관투자가와 같은 주주들의 압력에 의해
사외이사 중심으로 개편되고 최고경영자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환골
탈태의 과정을 겪었다.
초대형 기업들에서도 이사회 규모는 12명 정도로 축소되었고 사내이사는
최고경영자를 포함하여 3명정도로 줄어들었다.
일본기업들도 이사회 규모를 줄이고 있으며, 특히 소니사는 이사의 수를
종전의 3분의1로 감축함과 동시에 사외 이사제를 도입하였다.
과거 경영의사결정에 소극적으로만 개입하였던 독일기업들의 감독이사회도
경영진에 대해 채찍을 휘두르면서 미국식 사외 이사제의 기능을 수행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통할체제의 성공적 운영에는 많은 조건의 충족이 필요하다.
우선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해야
하고 이사들의 적극적 참여와 활발한 토론이 가능할만큼 이사회 규모가
작아야 한다.
그럴 경우에만 다양하고 객관적인 견해가 이사회의 토론과정에 주입되고
수렴될 수 있다.
이사회의 기능이 경영전략방향의 제시와 조언, 그리고 경영진에 대한 감시
견제 평가 보상 및 임면권의 행사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고경영자의
지휘를 받는 다수의 경영자들이 이사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은행법에 의해 형식적으로 사외이사제를 채택한 시중은행들에서 이사들이
25명씩이나 되고 경영자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면 이 이사회는 유명
무실한 존재로 전락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거기서 무슨 경영전략에 대한 심층적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며 어떻게
경영자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통할구조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경영성과에
연계된 강력한 인센티브 보수제를 시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주주가 아닌 경영자나 사외이사들이 그들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들이 상당량의 주식을 보유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그들이 주주와 같이 행동하고 기업가치의 극대화에 전력하도록 하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최근 부실기업의 수적 증가와 관련하여 외국인경영자를 수입해야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정부는 일부 공기업의 경영구조 개선을 위한
특별법 시행에 맞춰 외국인 경영자를 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영자라고해서 GE의 잭 웰치나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아
코카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문제는 사람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통할구조의 후진성에 있으며 경영자들을
분발시킬만한 당근과 채찍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오늘날의 무한경쟁시대에서는 통할체제의 수월성이 기업경쟁력 결정의
핵심이라는 점이 선진국 기업들에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통할구조 개편의 움직임이 일고 있음은 다행스런
일이다.
일부 민간기업에서 사외이사제를 도입하였고 한국통신 등 4개 공기업에서
과거와는 다른 본격적인 사외이사제가 시행된다.
정부도 마침 기업투명성 제고와 통할체제 개선을 21세기 국가과제의
하나로 채택하였다.
우리가 아직도 경영투명성 문제에까지 매달려야 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좀 더 진지하게 통할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