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시끄럽고 무질서한 음악이라구요. 록공연장으로 오세요. 자신의
맥박이 드럼소리와 일치해 뛰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강의를 마친 학생들이 하나둘씩 빠져 나가는 오후 5시 30분.

홍익대 후문에 위치한 남문관 지하 1층이 굉음과 함께 깨어난다.

"블랙테트라".

홍대생이 아니라도 대학가에 꽤나 알려진 대학생 록밴드이다.

이들은 대학가 록의 부활을 준비한다.

사실 록의 무대는 그 속성상 대학일수 밖에 없다.

록에 담긴 저항정신, 그리고 기성질서에 대한 생리적 거부등이 일반 대중
과의 영합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

"90년대는 마땅히 대학문화라 불릴만한 것이 없는 시대입니다. 기존 가치에
도전하는 대학인의 저항 평등 자유의 목소리를 담아낼수 있는 것은 록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블랙테트라 신현종회장)

양키문화 상업문화의 대명사로 배척되던 록음악이 대학사회를 통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80년대 대학을 휘감았던 저항문화 민중문화를 대체할 얼터너티브(대안)문화
로 록음악이 서서히 대두되고 있는 것.

최근 늘어나고 있는 대학가 록밴드나 록라이브 카페 등에서 이러한 현상을
엿볼수 있다.

대학 록밴드의 대명사인 블랙테트라가 록을 통해 제시하고 싶은 것은 뭘까.

"메시지나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느끼는
것을 노래하면 됩니다. 저희들 노래에 공감하면 좋고 안해도 상관 없잖아요"
(기타 윤세영)

우리나라에서 록은 갈증과 동의어다.

그만큼 록음악을 즐길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말이다.

블랙테트라를 비롯 대학 록밴드의 존재이유다.

그러나 록이 대학문화의 진공상태를 채울 진정한 얼터너티브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록밴드 결성붐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모든 것들은 지루하고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빈정거릴수 있는게 아마추어 밴드이다.

블랙테트라는 기성밴드의 어설픈 흉내내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공연때 50%이상을 자작곡으로 채운다.

"대학 밴드의 가능성은 상업성과 줄다리기를 할 필요없이 원하는 음악을
마음대로 할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또 주류를 무시하고 뒤짚어 엎을수
있는게 대학 밴드의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드럼 유정헌)

블랙테트라는 올해로 벌써 결성 22주년째를 맞았다.

요즘은 개강콘서트를 준비하는라 밤낮이 없을 정도.

10월 가을정기공연도 코앞에 다가왔다.

콘서트를 한번씩 치르려면 멤버 모두 초죽음이 된다.

블랙테트라의 명성이 이들을 다그치는 원동력.

그래서 수업을 마치고 하나둘씩 모여든 멤버들의 연습은 공연을 방불케
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록음악이 좋아 블랙테트라를 찾았다.

그러나 악기를 잡으려면 1년간 혹독한 도제식 훈련을 거쳐야 한다.

그나마 악기를 잡을수 있으면 행운이다.

한해 평균 80여명의 신입멤버중 로커가 되는 이는 기껏해야 7명 안팎에
불과하다.

공연이 다가오면서 연습은 새벽까지 이어지기 일쑤.

그러나 공연은 이들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록을 통해 젊음을 발산하는 것 못지 않게 쉽게 분노하고 화낼줄 아는
순수함을 간직한 관객과의 만남도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기 때문이다.

< 손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