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은 아주 평화롭게 지나간다.

증권이란 무엇이고 증권투자의 기본적인 요소에 대한 이해, 그리고 투자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생생한 사례.

학생들은 차분하지만 진지한 자세로 임한다.

그러나 이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학생들이 참가하는 가상증권투자 게임.

수업을 마치고 컴퓨터앞에 앉은 학생들의 눈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번득인다.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 스톡마켓에 들어가 최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치열한 두뇌싸움이 진행된다.

"증권투자의 이해"와 "투자론"을 강의하는 중앙대 경제학과 장경천 교수의
수업분위기다.

장교수 스스로는 학점이 후하다고 생각하지만 받는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도 현재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1천8백명에 이르고 있다.

가상이라고 하지만 한국증권전산을 통해 리얼타임 실제 주가를 제공받아
하며 실제 주식시장이 개장한 시간에만 투자할 수 있는 것인만큼 수업에
치열하게 임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각각 1천만원의 자금을 학기말까지 운용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이 가상투자가 치열한 이유는 다른 곳에도 있다.

자신이 벌어들인 수익금만큼 학점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의 모습은 진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장교수는 "가상 주식투자의 수익률이 전체 학점의 33%를
차지한다.

그러나 교수의 주관적 판단보다 스스로 공들여 올린 수익만큼 학점을 주기
때문에 불만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면서 이제까지 이 수업에서
파산한 학생은 한명도 없었다고 덧붙인다.

그가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는 주식시장을 개설한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그 첫째는 수업의 효율성문제.

장교수는 안성캠퍼스에서 증권투자와 관련된 수업을 하면서 모의 주식투자
수업을 시작했다.

맨처음에는 전표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했으나 서울에서 내려오는 학생들이
참가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팩스로 증권투자상황을 받아 학점을 주곤했다.

그래도 수업의 참여도는 별로 올라가지 않았다.

그래서 컴퓨터의 광범위한 보급의 이점을 살려 수업에 도움을 주고자
인터넷을 통해 가상의 주식시장을 열어놨다.

두번째 이유는 개인적인 포부와 관련된 것이다.

장교수는 이 사이버 스톡마켓이 현실적으로 구현돼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수요자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고 수수료가
거의 없는 증권시장.

장교수의 목표는 인터넷 증권회사의 설립이다.

사이버 스톡마켓은 97년9월에 개장했다.

전체 학생의 10%인 2천명이 가상 주식투자에 참가하고 있다.

"맨처음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했으나 일반인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와 현재는 일반인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며 일반인들도
가상주식투자에 적극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중앙대의 인터넷홈페이지(www.cau.ac.kr)에
접속한후 "Cyber Stock Market"을 누르거나 직접 http://165.194.7.60을
입력해야 한다.

그러면 증권투자게임에 참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금융과 재무에 관한
학술 자료 금융시장 위험관리 금융공학 기업재무 등에 대한 자료도 함께
제공된다.

지난 1일부터 개장된 사이버 주식시장에 현재까지 접속한 건수는 1만3천명.

하루 평균 5백명선에 이른다.

이중 중앙대 학생이 아닌 게스트들은 약 1천명정도.

그러나 향후 이 수업의 성패여부를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현재 정보를 받고 있는 한국증권전산에 매달 2천5백만원의 정보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한국의 교육현실은 이같은 투자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한다.

그러나 희망이 보이는 대목은 학생들의 눈빛이다.

대학교 2학년과 증권.

불과 몇해전만해도 전혀 연관지을 수 없는 개념의 두단어였다.

그러나 지금 수업에 참가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자못 심각하다.

한 학생은 "이제 증권은 특정한 사람들의 얘기가 아닙니다.

실제 증권에 투자하는 대학생들도 꽤 있어요"라고 말한다.

장교수는 수업도중 체르노빌원전 사고때 해운회사에 투자한 사람들이
커다란 수익을 올린 얘기를 한다.

체르노빌은 우크라이나 지방에 있고 곡창인 우크라이나가 황폐해지면
당연히 식량수입이 늘게 된다.

그러면 그 운송수단인 배를 갖고 있는 해운회사의 주가가 올라가는 것을
간파한 한 투자자의 얘기다.

"관련없어 보이는 사물이지만 잘보면 연관은 있게 마련입니다.

이를 연결시킬 만한 상상력.

그것이 주식투자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무기 아닙니까"라고 말한다.

인터넷도 배우고 증권투자도 배우며 포트폴리오의 운영도 배우는 실천적
학습인 장교수의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