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시계제조업체가 전제품을 복고풍디자인으로 단장해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첨병으로 부상했다.

제너럴타임사가 주인공이다.

지난 1930-40년대 미국의 시계시장을 석권한 이후 침체에 빠졌다가 반세기
가 지나서야 극적으로 재기한 것이다.

특히 사양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시계 제조업체라는 점에서 이 회사의
성공은 한층 값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너럴타임은 연간 2천만개의 탁상시계나 벽걸이시계를 만들어 1억달러
이상의 매상고를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 3년간 매출증가율은 40%에 이르렀고 아시아 등지로의 수출은
400%나 증가해 연간 1백만개에 도달했다.

이 회사의 "복고풍 디자인" 전략이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적중한 것이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생산되고 있는 태엽시계가 대표적인 예.

금세기초 미국시장을 휩쓸었던 자사의 태엽시계 "빅벤" 모델을 현대적으로
덧칠했다.

시계내부는 구모델을 원형으로 채용했지만 외관을 신형 플래스틱소재로
입혔고 알람소리도 높였다.

이 제품은 개당 15달러로 연간 3백만개 이상 팔린다.

전자식 벽걸이시계의 경우 구식 모델처럼 오렌지색을 띠게 하면서도 바늘
크기를 확대해 시각적으로 돋보이도록 개선했다.

또 금세기 초기의 코카콜라 상표와 2차대전 전후의 인기만화 캐릭터인
미키마우스 등을 부각시킨 제품들도 선보였다.

전 제품은 "향수를 자극" 하도록 면밀하게 설계됐다.

소비자들에게 잃어버린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환기시킴으로써 구매
심리를 자극하려는 시도에서다.

프레드릭 피스틸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8년 기울어가던 제너럴타임사
를 인수한 후 이같은 전략을 본격 추진했다.

잡다한 모델들을 통폐합,전제품을 복고풍 디자인으로 만들도록 했다.

이를 위해 설계부문과 생산부문간에 긴밀한 조정작업을 거치도록 했다.

특히 전문디자이너들을 대폭 영입해 디자인 부서의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회사측은 탁월한 초현대적 디자인을 내놓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옛날
히트상품들의 디자인을 재생하는게 승산이 높다고 여겼다.

또 소비자들이 한때 동고동락했던 상품들을 다시 보면 구매충동을 느낄
것으로 확신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이 회사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유재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