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한국통신프리텔 사장>

요즘 경제계의 화두는 단연 벤처 기업이다.

이러한 벤처기업 경영자들에게는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관습으로는 하기
어려운 창조적이면서도 남이 생각해내지 못한 획기적인 발상을 하는 것을
필수로 하고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것에 비해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한것 같다.

지난번 우연한 기회에 대입 수학학원의 강사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강사로부터 "아마 집에서는 수학을 이해하라고 이르고
있겠지만 학원에서는 암기하라고 가르치고 있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나는 지금 우리 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은 첫째 어린 학생들에게 지나친
암기만을 강요함으로써 창조의 싹을 자르는 것과, 좀 역설적일지 모르지만
사회의 풍요와 보호가 지나쳐 자극을 스스로 느끼기 보다는 강압적인 타의에
의해 동기유발이 강요되고 있다고 본다.

사자나 독수리는 자기 새끼를 골짜기에 떨어뜨려 어릴 때부터 생존력을
스스로 키워나가게 한다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과연 어릴 때부터 스스로 자극을 느껴 동기유발이 되고
한가지에 집중할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본의 미우라 주몬은 "대노년"이란 책에서 "정년이 된 남자들이 진정
창조적이다"라는 이색적인 말을 했다 한다.

언뜻 들으면 우스운 얘기 같지만 정년이 되어서야 어릴때부터 멍에처럼
걸쳐있던 모든 환경들을 훌훌 벗고 진정 혼자가 되어 자기를 위한, 자기가
좋아 하는 일을 하면서 오히려 창조적인 사람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것이 26세, 하이센버그가 양자역학을
발표한 것도 26세다.

우리나라의 벤처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성공하려면, 어릴 때부터 씌워져
있는 좋은 학교, 체면 등의 온갖 멍에를 얼마나 빨리 벗겨 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