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이 1일 그룹에 강도높은 구조조정작업을 주문한
것은 대기업의 잇단 부도 등 경제난 속에서 위축된 그룹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21세기 첨단산업 진출을 위한 재도약의 틀을 마련하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직접 작성한 기념사를 통해 구조조정작업의
제1목표가 "적극적인 원가절감"과 "재무구조의 개선"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인원감축 공정혁신 사업구조조정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한라그룹이 이처럼 재무구조개선에 힘을 기울이기로 한 것은 전남 영암의
삼호조선소 건립에 1조원의 자금을 쏟아붇는 등 대형 투자를 진행하면서
금융권 등으로부터 받아온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한라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6조6천2백70억원),매출(5조2천9백40억원)
에서 모두 재계 12위를 차지하는 등 급속히 외형을 키워왔지만 1천9백%를
넘는 부채비율이 불안요인으로 지적돼왔다.

정 명예회장은 "선박수주가 급증하고 시멘트 중장비 자동차부품 등에서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등 경영환경이 호전되고 있지만 이럴때일수록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작업으로 한라그룹 사업방향의 기본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작업이 계열사의 정리보다는 사업부의 매각과 인원감축 등
"거품빼기"에 맞춰져 있는데다 정 명예회장도 "중공업 입국"이란 신념을
다시 한 번 강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구조조정은 적극적인 집안단속을 통해 그동안 그룹에
쏟아졌던 내외부의 "불신감"을 일소하고 자산기준 재계 12위란 외형에
걸맞는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립하겠다는 의지표현이란게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한라그룹은 올해 전년보다 30%가 늘어난 7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3조3천억원의 매출을 기록, 목표치인 3조8백원을 초과했다고
그룹측은 밝혔다.

< 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