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분양분없이 조합원이 건축비를 전액 부담하는 "순수재건축사업"이
서울 동부이촌동일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순수재건축사업은 아파트건립 가구수를 늘리지 않는 대신 2백50~3백%의
낮은 용적률을 적용, 풍부한 녹지공간과 주민복지시설을 갖추는 것이 특징
이다.

사업추진 기간도 일반재건축보다 1년이상 빠르고 입주후의 아파트시세가
높게 형성되는 장점이 있다.

현재 순수재건축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는 곳은 동부이촌동일대.

지난해 이곳에서 처음으로 순수재건축 방식을 택한 한강복지아파트가
주목을 받으면서 왕궁아파트 한신맨션 등 인근 단지로 확산되는 추세다.

한강복지아파트 재건축사업은 기존 지상5층 10개동 2백96가구(26평형)를
헐고 4개동 2백96가구(41평형)와 13가구의 빌라를 건립하는 것으로 지난해
사업승인을 받은데 이어 올 상반기 아파트건립에 착수하는 등 사업추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용적률 2백75%로 기존 동수의 절반인 4개동을 짓는 대신 녹지공간과
주민공동시설을 확충, 주거환경의 쾌적성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기존 26평형을 소유한 조합원들은 41평형아파트 건축비(평당 2백5만원)로
1억원정도를 부담했다.

이들조합원이 순수재건축방식을 택한 것은 평당 1천만원 가는 아파트를
일반분양분을 포함해 재건축할 경우 분양가 규제로 이곳 아파트시세에 훨씬
못미치는 값에 분양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조합원들의 재산상 손실이 온다고
판단했기 때문.

가구수를 늘리지 않고 건축비를 조합원이 자체부담하더라도 고급아파트
단지를 지어 시세차익을 겨냥하는게 낫다고 보고 이같은 재건축 방식을
선택했다.

인근 왕궁아파트 주민들도 복지아파트처럼 순수재건축 방식을 채택키로
하고 최근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이를 결의했다.

이일현 조합장은 현재 주민의 70%이상이 순수재건축에 동의해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조만간 주민동의율이 80%를 넘으면 조합 결성, 시공사 선정 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들이 마련한 가설계안에 따르면 기존의 5층 5개동 2백50가구(32평형)를
헐고 용적률 2백80%를 적용, 50~60평형 단일평형 2백50가구가 건립된다.

아파트 지하에는 가구당 2대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과 헬스클럽
수영장 등의 운동시설을 설치하고 단지내에 노인정 정자 어린이 놀이터 등
휴게공간을 배치키로 했다.

조합원의 부담액은 복지아파트와 비슷한 1억원(평당 2백만원선)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추진위의 관계자는 연말까지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이주 및 철거과정을
거쳐 2001년께엔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신맨션(29~47평형 1백가구)도 재건축추진위를 구성, 지난5월 주민총회를
갖고 현재 재건축에 대한 주민의 90%이상 동의를 받아놓고 있다.

홍병근 추진위원장은 가구수가 많지 않은 만큼 사업추진이 다른 곳보다
빨리 진행될 것이라면서 LG 삼성 코오롱건설 등 대형건설업체들과 협의중
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로 짓는 아파트의 평수를 기존의 1.5배로 늘린 39평형 20가구,
50평형 20가구, 65평형 60가구로 잠정결정했다고 말했다.

렉스 청탑 한강맨션 등 지은지 20년이상 된 인근아파트들도 재건축추진위를
만들거나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아파트 주민들은 2~3년전부터 재건축을 논의해 왔으나 저.고층아파트
가 섞여있거나 여러개의 평형으로 구성돼 통일된 의견수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복지 왕궁아파트의 재건축추진 결과가 가시화되는 내년께엔 이들도
순수재건축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아파트를 지어 제값을 받는 것이 일반재건축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 유대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