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세일"이란 문구가 중국 상하이(상해)의 전자제품점에 나붙고 있다.

한두 가게가 아니라 거의 모든 전자제품점이 가격경쟁을 벌인다.

이같은 특별할인판매는 3백65일 하루도 쉬지않는 연중행사가 돼 버렸다.

외신들에 따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고처분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유는 한마디로 과잉생산.

90년대들어 중국정부는 개혁개방정책에 가속도를 붙였다.

이에 호응하여 업계가 설비투자를 경쟁적으로 감행했으며 그 결과가
상하이의 전자제품점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과잉생산은 수출시장에서 주변국들을 위협할 수있는 최대의 잠재
변수로 꼽힌다.

외부에서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칼라TV는 설비과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중국정부가 전국 45개 소매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7월 21인치
칼라TV의 평균가격은 2천3백15위엔(원).

전달보다 4.5%, 전년동월보다 18% 떨어진 수준이다.

95년 생산대수는 2천57만대였다.

생산능력(연간 4천4백67만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생산이었지만 10%정도인
약 3백만대는 재고로 쌓이는 신세가 돼야 했다.

에어콘 오토바이 자동차 냉장고 등의 생산력증가율은 컬러TV보다 훨씬
높았다.

현재 에어콘의 연산능력은 2천40만대.

이는 전세계 연간수요에 필적하는 생산능력이다.

96년 설비의 30%정도만을 가동시켰지만 그래도 생산대수는 6백46만대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1백29만대가 재고로 남았다.

자동차도 지난6월말 현재 재고가 13만6천대로 일년전보다 14.9%나 늘어났다.

중국은 철강 화학등 소재분야에서도 만성적인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
이다.

차이나케미컬인터스트리뉴스는 "올 하반기 4백47개 공업제품중 1백50개품목
이 생산과잉을 보일 것"이라며 "중소형기업은 도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과도한 설비투자는 어떤 배경에서 초래됐는가.

전문가들은 바로 중국의 지방주의를 꼽고 있다.

중앙정부는 성정부에 권한을 위임, 연안지역을 중심으로 개혁개방정책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성정부는 주변의 다른 성에 어떤 공장이 세워지면
자신들도 세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성단위에서 가열된 경제발전을 향한 경쟁이 전체적으로 과잉설비투자와
생산과잉을 몰고 왔다는 분석이다.

중국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본격적인 생산조정에 나서고 있다.

과잉부문의 공장 신.증설을 엄격히 억제하고 지방관할의 설비투자도 중앙
인가제로 돌리고 있다.

정부의 정책방향은 생산성 높은 기업위주로 산업을 재편하면서 이들의
해외시장개척을 적극 지원하는 쪽이다.

비록 품질면에서는 아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지만 생산능력이 큰 만큼
본격적인 수출드라이브가 되면 주변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도록 만들기에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올들어 동남아경제에 타격을 가한 통화위기의 원인도 중국경제
의 성장에서 찾고 있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중국경제의 급성장이 태국등 동남아국가들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렸으며 이로인해 적자가 폭증하면서 바트화사태로 이어졌다"
는 것이다.

그만큼 중국의 과잉생산능력은 국제수출시장에서 메가톤급 충격을 몰고올
잠재요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