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는 사람에게 근무처 등에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돈"

국어사전에 나오는 퇴직금에 대한 정의다.

일의 대가로 줄곧 봉급을 받아온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왜 별도의
보상(퇴직금)을 받는 것일까.

노후생활비를 보장하는 것외에도 여러 설명이 있을수 있다.

우선 공로보상설이다.

10년, 20년 등 오랜 기간 일을 한 것에 대한 공헌도를 인정, 그 은혜를 갚는
성격이란 것.

또 재직중 받은 임금이 실제 대가보다 적어 퇴직시 미지급분을 정산한다는
뜻의 임금후불설과 기계같은 공장설비를 완전 상각할때 드는 비용을 퇴직금
으로 보는 인간감가상각설도 있다.

퇴직금의 성격이 무엇이든지 이젠 퇴직금의 정의를 바꿔야 할 판이다.

정부가 근로자들의 노후복지대책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퇴직금제도를 일시금
대신 연금으로 전환할수 있는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관련 법령을
개정, 98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그런데 이 제도 도입에 앞서 보험업계와 은행 투신등 타금융권간에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하는 주체를 보험사만으로 국한시킨 당초 방침을
철회, 은행 투신 등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기로 한데서 비롯됐다.

보험업계는 퇴직연금이야말로 자신의 고유영역으로 타금융권 불가론을 펴는
반면 은행 투신 등에선 근로자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퇴직연금은 과연 무엇인가.

이는 법으로 규정된 근로자의 퇴직금을 연금형태로 지급하는 노후복지형
선진형 상품.

그런데 이를 운영하기 위해선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 상품은 기업마다 다른 직원의 퇴직및 승급률 임금인상률 등을 기초로 한
확률 계산을 통해 기업의 부담금액과 향후 20~30년 뒤에 지급하는 연금액을
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확률 게임에 근거를 두고 보험업계는 퇴직연금이 자신들의 고유영역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가입주체)과 근로자(수혜자) 사이에 연금관리및 지급보증을
설수 있는 기관도 보험사가 적격이라는 점도 빼놓을수 없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에선 생명보험사만이 이 제도를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연금을 취급하는 별도의 조합이나 기구를 설립하면 보험감독당국의
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지에선 은행 신탁이 연금시장에 참여하되 취급범위를
기금관리나 투자운용 등으로 제한하는게 현실이다.

개개인의 연금계획수립에서부터 자산운용 연금지급업무를 일괄처리할수
있는 곳은 보험뿐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보험은 근로자는 물론 그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도 연금을 지급할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 제도가 빠른 시일안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감안
해야 할 점은 보험과 은행 투신 등 금융권간 이해관계가 아니다.

퇴직연금은 단순한 저축상품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라는 측면
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