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정말 이렇게 취해서 병원에까지 나타날 거야?"

"공박사는 어처구니 없어서 미아를 어떻게 다뤄야 될지 황당하다"

"미아야. 너는 엄마가 이 병원 원장이라는 것을 잘 알지? 그리고 여기는
원장딸이 취해서 오면 안 되는 것도 알지?"

휘청하면서 미아는 일어선다.

"나갈게요. 그러면 될 거 아냐. 엄마는 정신과 의사니까 나를 고쳐줘야
될 의무가 있어. 나는 남이 아니고 딸이니까"

그리고는 비틀 도로 주저앉는다.

"너 위층 내실로 가서 엄마와 이야기하자. 공박사의 딸이 너무 한심하게
되어간다고 사람들이 나를 흉봐요.

너 정말 나에게 이렇게 까지 할 거야. 엄마의 체면 문질러서 망신줄
거야?"

"나는 정말 아무 것도 못 해요.

그 남자 없이는. 그 남자를 만나게 해줘"

"잘 알았다. 엄마와 같이 내실로 가자. 여기는 병원이고 나는 너를
환자로서 대하기는 싫어"

그녀는 미아를 일으키면서 눈물을 보인다.

그녀는 미아가 눈물에 약하다는 것을 잘 안다.

정 말을 안 들을 땐 딸을 붙들고 울면서 10여년간을 보냈다.

미아나 동생 미경이 모두 엄마의 눈물 앞에서는 아주 약하다.

미경이는 지금 아무 문제가 없는데, 만년 우등생이며 모범생이었던
미아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녀는 옷을 홀랑 벗는 기분으로 미아와 마주앉기로 했다.

정말 그녀의 고민을 나누어 해결하기로 한다.

그냥 해결되기를 기다리기는 힘들게 된 것 같다.

남의 병은 고쳐주면서 자기 속으로 난 딸의 병은 못 고칠게 뭔가?

공인수는 그 남자가 어떤 남자인가 부터 묻기 시작한다.

그래야만 그 아이의 병을 치료할 것 같아서 였다.

미아는 내실의 응접실로 가면서 어머니의 눈에 고인 눈물이 얼마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가를 계산한다.

정말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된 것이다.

도무지 그 오빠는 이름도 많고 거짓도 많고,이제는 그녀를 벌레처럼
취급한다.

골프연습장 앞에서 딱 마주쳐도 모르는체 도망칠 궁리만 하지 맥주조차
같이 마셔주지 않는다.

참혹하게 무시당해서 자살이라도 하고 싶다.

"엄마, 오늘도 너무너무 창피당했어"

"왜? 그 애가 너를 안 만나주어서?"

"그래요. 그 오빠는 골프연습장의 코치인데 나를 아주 똥이나 벌레같이
싫어해요"

그러면서 미아는 왕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