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순 가까운 나이에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는게 쑥스럽긴 합니다.

그래도 즐겁습니다"

운동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79세의 노령으로 골프를 시작한 김진호씨.

1919년생으로 지난 6월5일 처음 볼을 때리기 시작, 입문 4개월만에
골프광이 되어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젊은 시절 동양고속에서 직장생활을 할때나 개인사업을 했을때에도
잡지 않았던 골프채를 인생의 황혼기에 다잡고 나선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의 눈길을 쏟고 있는 것.

"골프를 배우겠다고 했을때 친구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어요.

골프가 결코 쉬운 운동이 아닌데다 제 나이를 감안할때 곧 포기할 거라고
말들했지요"

그러나 김씨는 결심과 동시에 골프연습에 들어갔다.

3개월동안 하루 평균 4백여개의 볼을 때렸다.

특별한 레슨은 받지 않고 싱글 실력을 갖춘 아들 (한국열관리시공협회
김채순 회장)에게서 개인교습을 받았다.

그리고 3개월뒤인 지난 9월16일 자유CC에서 아들 며느리와 함께 생애 첫
라운드를 가졌다.

스코어는 보기 3개를 포함, 1백16타.

이같은 성적에 가족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김씨는 밝혔다.

"거리가 짧아서 그렇지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은 비교적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OB는 하나도 없었고 워터해저드에 두번 빠진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나빴던 것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린에 공을 올리기가 엄청 어렵더군요"

정신없이 치른 첫라운드 상황을 이같이 설명하고 연습을 많이 해서인지
퍼팅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김씨는 밝혔다.

노구임에도 167cm, 60kg의 다부진 체구의 김씨는 올해 골프를
배우기전까지는 테니스를 즐긴 스포츠광.

중학교시절에 배운 테니스로 줄곧 건강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골프를
칠만큼 체력엔 자신있단다.

"뒤늦게 골프에 입문했지만 힘에 부치지않고 적당한 운동인 느낌이어서
연습하는게 즐겁습니다"

김씨는 일주일에 3일이상 인도어에 나가 점심을 사먹어가며 쉬엄쉬엄
연습하는 시간이 직장생활을 하는 것 같아 나름대로 아주 보람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골프"라고 털어놓았다.

볼이 잘 맞지않으니까 더욱 골프에 빠지게 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또 "골프가 늙어서도 배우고 즐길수 있는 운동이지만 보다 젊었을때
배웠더라면 더 좋았을것 같다"고 뒤늦은 입문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씨의 포부는 내년 6월까지 1백타를 깨는 것.

그는 목표가 달성되면 딸 며느리와 함께 스트로크 플레이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