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를 강행키로 한 기아자동차가 판매부진을 겪고 협력업체들은 이달안에
무더기로 부도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4일 지난 7,8월 4만대를 넘었던 내수판매가 9월에는
3만2천대로 줄었다고 밝혔다.

9월 내수판매가 부진했던 것은 기아처리를 놓고 기아자동차와 채권단의
갈등으로 소비자들이 차구입에 소극적이었던데다 특별할인판매 가능성이
거론되자 상당수 소비자들이 차구입을 미뤘기 때문이다.

수출도 지난 7월 4만대에 달했으나 은행권의 수출환어음 매입거부로 8,9월
2개월째 2만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이 기아자동차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하면서 비롯된 협력업체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화돼 이달안에 2백여개가 부도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
된다.

기아그룹 관계자는 "은행들이 협력업체가 할인해간 기아자동차어음을 다시
사가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상당수 협력업체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아자동차가 제때 자금을 지원하지 못할 경우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 협력업체중 모기업의존율이 50%이상인 2백40여개 협력업체가
이달중 부도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기아그룹은 이에따라 이날 김선홍회장 주재로 사장단회의를 갖고 차판매
대금이 들어오는 대로 협력업체를 지원,협력업체의 연쇄부도를 막는데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김회장은 지난 3일 기아자동차판매의 16개 지역본부장회의에도 참석,
"무리한 할인판매를 자제하되 판매대금를 철저히 회수해 협력업체를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광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