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광고를 들으면 요금을 면제해 주는 전화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바야흐로 1백년이상 광고 무풍지대에 놓여 있던 전화가 새로운 광고매체로
부상하고 있다.

무료전화서비스의 효시는 스웨덴의 작은 전화회사인 그라티스텔레폰.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 회사는 스웨덴 전역을 대상으로 무료 시내.시외
전화 서비스를 실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종업원 수가 15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이미 4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탄탄
대로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의 무료전화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먼저 무료전화서비스 다이얼을
누른뒤 10초동안 광고를 들어야 한다.

이어 개인암호와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원하는 상대방과 연결된다.

이후 3분이 경과할 때마다 자동적으로 10초동안 광고가 등장한다.

그라티스텔레폰의 성공에 자극받아 유럽의 대형전화회사들이 잇달아
무료전화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텔레너사와 핀란드의 핀란드텔레콤은 최근 무료전화서비스를
시험운영해 본 결과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독일의 오텔오통신도 베를린에 거주하는 5천명을 대상으로 무료전화서비스
를 시범실시할 계획이다.

57만달러를 투자해 이 서비스를 개발한 오텔오통신은 반응이 좋을 경우
독일 전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 전화회사들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 6대 장거리 전화회사인 LCI인터내셔널의 게리 시몬대변인은 "무료
전화서비스는 아주 참신한 아이디어"라며 "고객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놀라운 것은 유럽인들이 광고를 의외로 잘 참아낸다는 점이다.

무료전화 서비스를 이용해 한달에 약 44달러를 절약하고 있는 모니카
와이드씨는 "돈을 절약할 수 있는데 광고 좀 듣는 것이 문제냐"고 말한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할 수 있어 광고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그라티스텔레폰의 공동설립자인 칼 안더씨는 "기저귀제조회사의 경우
아기가 있는 집만을 골라 집중공략할 수 있다"고 자랑한다.

문제는 무료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기존의 유료서비스가 타격을 받게 돼
전화회사의 전체수입이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 광고주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 무료전화서비스의 가입자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조성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