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덕 < 상록노농문제연구소장 >

북한동포의 식량난을 돕고자 그동안 남한은 1백4만섬의 식량을 보냈고
종교 민간단체도 속속 보내고 있다.

사실 남한도 미국의 4백80잉여농산물처럼 먹고 남아도는 것이 아니다.

남한은 거듭 풍작인 덕에 겨우 쌀만은 자급했을 뿐 보리 밀 콩 등은
해마다 수입해서 사먹고 있는데, 작년 한해의 수입만해도 무려
1백9억4천만달러에 이를만큼 식량자급률이 25.8%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다 남한 경제현실은 어느때보다 금융.무역면에서 위기에 직면,
남을 돕기보다 자기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할 형편이 아닌가.

또 북한은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구호양곡이 답지해 올 햇쌀이 나오기
까지의 부족분도 통일원측은 29만5천t(WFP70만~80만t)밖에 안되므로 앞으로
연말까지 중국이 약속한 80만t을 보낸다면 기아상태도 그런대로 해결을
보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큰 문제는 북한이 올해 왕가뭄 으로 폐농했다니 지금처럼
일시적인 굶주림 해결책만으로 대처해서는 안되겠다는데 있다.

김일성은 생전에 북한주민들에게 "고깃국에 쌀밥을 배불리 먹고
기와집에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농업도 주체농법만 고집하다보니 낙후될 뿐 아니라 집단농장의
고질적인 저효율생산성때문에 근본적으로 구조적이고 체제적인데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도 개방을 체제 붕괴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런중에도 IFAD(국제농업개발기금)측은 이런점을 유의하여 북 당국과
접촉, 향후 3~5년동안 농업계획프로그램(ASIP)을 추진하면서 종자 농자재
농사기법 등 2천9백만달러를 투입, 실질적 도움을 줄 것이라하니
원조방향이 제대로 시도되는 듯 싶어 다행스럽게 여긴다.

북쪽 농업전문가 집단도 선진농업 견학차 도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남한에서도 식량원조와 더불어 그런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 농토는 약 2백만ha (논31.1%, 밭68.9%)에 이르고 그에
종사하는 농민도 인구중 37.6%인 8백40만명이나 된다.

어찌 일부 실험적인 적은 경비만으로 일거에 생산기반과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겠는가.

북한농민과 농토는 한마디로 황폐할 대로 황폐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확실하고 실리에 차지않는 한 미동도 않을 것이 뻔하다.

그런데 KEDO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에서 추진하는 2백만kW 경수로원자로
2기사업만은 끝내 매달리고 있지 않은가.

이는 전력에너지사정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KEDO사업 60억달러 재원과 연간 경유조달 7천만달러의 재원까지도
남한이 실제적으로 부담할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북측은 식량난으로 그만큼 고초를 겪었으니 원자로 사업은
빨라야 2005년에나 완성할 것이 아니겠는가.

남북긴장상태 여하에 따라서 원자로사업은 그 이상 기간이 소요될 것은
불문가지이다.

당장 굶주림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화급을 다툴수밖에 없을 것이니
원자로 1기 건설재원 30억달러를 농업개발로 대체 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30억달러라면 농업발전과 당장 필요한 수력발전소까지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애당초 경수로 원자로건설사업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제네바에서 합의되었다.

아마 그때부터 그토록 식량난문제가 화급했더라면 식량공급문제가
현안으로 떠 올랐을지도 모른다.

배가 고픈데 더 이상 자존심과 허세부리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니
한.미 양국이 먼저 진지하게 제안하고 설득해 볼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