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비즈니스(벤처기업)요...?"

최근 선진 하이테크산업 현장을 순회하면서 빈번히 듣게 된 말이다.

그곳 사람들은 "벤처기업 육성..." 운운하면 무슨 소린지 이해를 못한다.

미국 이스라엘 대만 등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이 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선진형 벤처산업 현장에는 "벤처기업"이란 용어가 없다.

"벤처캐피털(모험자본)을 받는 하이테크기술 업체" 정도로 풀어줘야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요즘 벤처기업만이 경제 침체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정부 업계 할 것없이 요란하다.

벤처기업육성특별법까지 제정해 1일부터 시동을 건다.

이에따라 벤처캐피털의 투자총액이 자본금의 20%를 넘는 회사,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5%이상인 기업은 벤처기업으로 분류된다.

공업기반기술사업체 신기술사업체 등은 벤처기업활성화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벤처기업이 될 수 있다.

이런 벤처기업에는 금융 세제상 혜택이 주어진다.

이 시점에서 왜 선진 벤처현장에서는 "벤처기업"이란 말이 통용되지
않는지를 우리는 따져봐야 한다.

그것은 굳이 벤처기업이란 이름을 붙여 특별히 봐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규제가 없는 자율경쟁상태에서 적자생존하는 그
자체가 벤처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회사설립 공장건립 영업수행 과정에 규제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그 규제들을 벤처육성이란 명분으로 벤처기업에는 예외적으로 풀어주고
지원까지 하려는 것이다.

1일부터 벤처기업으로 기록될 업체는 통상 말하는 1천5백개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오는 2002년까지 벤처기업을 4만여개로 늘린다는 것이 정부방침이어서
기존 중소기업들을 많이 끌어들일 것이 예상된다.

이 막중한 일을 위해 벤처산업 정책에 10여개 정부부처가 관여돼 있다.

주무부처는 벤처업무가 넘쳐 사안별로 사단법인 등에 이관해가는 형편이다.

자율과 치열한 경쟁만이 상존하는 선진 벤처현장과는 딴판인 것이다.

차제에 벤처산업 육성은 2백60만개 일반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푸는 데서부터 비롯돼야 한다는 인식을 우리는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문병환 <산업 2부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