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문화잡지 월간 "네이버 (NEIGHBOR)".

일반인들에겐 다소 낯설지만 이른바 "잘나가는" 인사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잡지다.

발행인 한현주(34.솔루션대표)씨는 잡지계의 틈새시장을 뚫고 급부상한
파워우먼.출판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지난해 7월 "상류사회를 이웃으로
묶어주는 멤버십 매거진"을 표방하며 잡지를 창간했을 때 주위사람들은
"팔을 걷고" 말리거나 걱정스런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1년만에 "네이버"를 발행부수 9만부의 고급잡지로 "등극"
시켰다.

""네이버"라는 이름은 상류층과 소외된 사람들을 이어주면서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자는 의미로 붙였습니다.

그늘진 이웃들과의 아름다운 가교역할을 하고 싶었죠.

상류층이라는 개념이 거부감을 줄까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자발적인
구독자가 늘어나더군요"

독자는 대기업 임원이나 의사 변호사 등 우리사회에서 VIP로 통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가진자"가 잊지 말아야 할 리더로서의 의무감를 상기시키며
모범이 되어줄 것을 부드럽게 권유하는 게 이 잡지의 편집방향이다.

"남들이 안하는 걸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읽는 사람들도 "귀한 잡지"를
같이 본다는 묘한 결속감을 느끼는가 봐요.

기반이 탄해지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싶어요"

한씨는 지난 8월호부터 본지외에 표지와 제호를 주문제작해주는
"맞춤잡지"를 펴내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맞춤잡지의 제호는 "체어맨 (CHAIRMAN)".

쌍용자동차가 벤츠사와 함께 개발한 고급승용차 체어맨을 "튀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알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존 제호인 "네이버 (NEIGHBOR)"를 작게 배치하고 표지사진도 승용차로
바꾸면서 관련기사 8페이지를 편집한 것.

얼굴과 내용 일부를 바꿔 2권의 잡지를 동시에 발행하는 셈이다.

쌍용에서는 1권당 3천원 정도의 구독.광고료를 받는다.

10월호의 경우 "네이버" 4만부와 "체어맨" 5만부를 찍어 광고수익
비중이 훨씬 커졌다.

"쌍용측과 연간계약을 맺고 맞춤잡지를 내기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효과가
좋아 내년에는 계약사를 2~3곳 정도 더 늘릴 계획입니다"

이 잡지는 정기독자들에게 우편으로 발송되며 특급호텔과 고급패션숍
등에도 제공된다.

구독료는 무료.

연회비 5만4천원을 내면 금장 테이블펜과 향수세트 등 10만원 상당의
선물을 준다.

10월호는 와인기사를 특집으로 다뤘다.

국.영문으로 실리는 "하버드박사 멜라니의 문화특강"도 인기칼럼.

"체어맨"에는 지난호의 안정.편리성을 강조한 기사에 이어 기술개발
스토리와 시승기 등이 실렸다.

경기도 화성 태생인 한씨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나와 사업을
하는 남편을 돕다가 지난해 "솔루션"이라는 회사를 세워 잡지발행인으로
변신했다.

"네이버"를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이웃으로 키우는 게 꿈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