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정동극장 (극장장 홍사종)이 10대 중심의 대중문화에서 소외된
중장년층과 노인층을 위해 "지나간 것들이 그립다" 시리즈를 시작한다.

저자거리 약장수의 질펀한 사설과 삼류배우의 신파극에 울고 웃던
60~70년대 산업화 역군들을 90년대말 새로운 관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포부다.

시리즈 제1탄은 연희단거리패 (대표 이윤택)가 15~17일 공연할 악극
"가인".

70년대까지 극장 쇼무대, 지방순회 가설무대, 서커스단 레퍼토리, 약장수
선전극 등으로 대중적 사랑을 받았던 악극을 통해 장년층의 관심을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가인"에는 한국적 정서에 호소하는 흘러간 노래를 많이 담았다.

"수심가" "정선아리랑" "평양가" 등의 민요와 "애수의 소야곡" "남포동
부루스" "미아리고개" 등 광복전부터 60년대까지의 노래가락이 흐른다.

노래에 걸맞는 춤도 곁들여 흥을 돋굴 예정.

또 순회 서커스단의 능수능란한 배우들이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 한바탕
놀이마당으로 꾸민다.

시대적 배경은 TV가 처음 등장한 60년대.

한때 유명한 평양기생의 고수였던 모갑은 그녀의 딸 "더벅머리"에게
전통예인의 길을 강요한다.

새로운 삶을 원하는 더벅머리는 어느날 우연히 만난 떠돌이 약장수로부터
함께 도망가자는 제안을 받는다.

비록 지방장터를 전전하고 있지만 레코드 취입도 하고 방송에 출연할수
있다는 게 약장수의 호언장담.

그러나 더벅머리는 엉뚱하게 약장수를 죽이고 그의 가방을 훔쳐
열어본다.

돈한푼 없는 빈가방.

그녀는 절망에 빠진다.

"가인"의 주연은 가수 방미씨가 맡았다.

지난 2~3년동안 미국에서 뮤지컬수업을 받은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뮤지컬배우로 데뷔한다.

97 세계연극제 공식초청작 "오구"에서 무녀역으로 나왔던 배미향씨가
동작연기, 밀양백중놀이 전수조교인 하용부씨가 북춤을 각각 담당한다.

홍사종 정동극장장은 "우리 사회의 중추적 위치에 있으면서도 문화적
위안거리를 찾을수 없는 중장년층을 위해 연극과 음악회를 비롯한 여러
장르의 공연을 준비중이다"라고 말했다.

정동극장은 또 S석 (3만원) 2장을 5만원에 할인판매하는 "효도문화
티켓"과 "청실홍실티켓"을 마련한다.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3시 6시30분. 화.금 휴무.

문의 773-8960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