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 같은 무대에서 첫 독주회를 가졌을 때보다 더 떨립니다.

어려서 겁이 없던 그때 기교 자랑에만 신경썼다면 이번엔 성숙한
음악인으로서 깊이를 들려 드려야죠"

첼리스트 여미혜(30)씨가 9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귀국독주회를 갖는다.

한국경제신문사 후원.

여씨는 서울예고 2학년 재학중 도미, 줄리어드예비학교와 줄리어드
음대를 거쳐 지난해 미시간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올초
귀국했다.

연주곡은 브람스 "소나타F장조 작품9번", 힌데미트 "소나타",
라흐마니노프 "소나타g단조 작품19번".

학구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레퍼터리다.

가벼운 소품이나 대중적인 곡 없이 진지한 곡들로 구성, 철저히
음악적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곡들입니다.

브람스곡은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킬 만큼 스케일이 크고 라흐마니노프곡은
아름답기 그지없죠.

힌데미트곡은 피아노와의 비중이 1대1이라 할만큼 피아노의 역할이
큽니다.

피아노와 대화하듯 연주해야죠"

초등학교 3학년때 첼로를 시작한 여씨는 예원콩쿠르 금상(78),
이화.경향콩쿠르 1위 (81), 중앙콩쿠르 입상 (84), 영국 애버딘 국제
실내악페스티발 피아노트리오 1위 (83), 영아티스트 경연대회 입상 (91)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나덕성, 현민자, 채닝 로빈스, 제롬 젤리넥, 얼링 벵트순 교수를
사사했다.

"줄리어드음대 3학년때 타계하신 채닝 로빈스 선생을 잊지 못합니다.

특정 스타일의 연주를 강요하지 않고 저의 잠재된 음악성을 일깨워
스스로 계발하도록 이끌어 주셨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도 개인성향에 맞는 스타일을 만들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로서 선생이 되고 싶습니다"

이번 독주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연주활동을 펼치겠다는 여씨는 독주와
함께 실내악에도 힘쓰겠다고 밝힌다.

"첼로는 사람목소리와 가장 가까운 악기라고 하잖아요.

연주하다 보면 말로는 표현못하는 감정이 실리는 것을 느낍니다.

제 연주를 통해 많은분들이 첼로음악의 아름다움을 깨닫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