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총리의 강연 행보가 잦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취임 직후만해도 며칠 걸러 한번씩 하던 강연과 강의가 요즘은
하루에도 두세번씩이라할 만큼 부쩍 늘고 있다.

재경원 집계로도 취임 6개월간 1백회는 족히 넘는다는 것이니 국사를
챙기랴 강연을 다니랴 여간 바쁜 일정이 아니다.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 증폭되고 있는 최근들어서는 초청강연이 아니라
아예 재경원이 자발적으로 강연모임을 만들고 대중집회까지 조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언론을 통한 홍보가 먹혀들지 않는다고 생각해선지 "직접 만나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장 어제 오늘만해도 부총리의 강연 일정은 시간대별로 잡혀있을 정도다.

지난 7일의 경우 시도지사들을 모아 한차례 훈시를 내린 것외에 세계경제
연구원 강연이 있었고 8일에는 전경련 조찬강연에 이어 오후에는 금융기관장
들을 불러모아 강의를 했다.

9일부터는 지방순회 공연에 나설 계획이다.

9,10일의 호남권 순방을 시발로 13일에는 부산 경남권, 20일에는 인천
경기권, 28일에는 대전 충청권을 관통하는 전국규모 강연 행군이다.

물론 지역마다 숙박일정도 잡혀있다.

이 강연에는 공무원은 물론 2백여명씩의 상공인들까지 초청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부총리가 "혹시 대권도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만
도 하다.

하지만 이런 유세행군이 과연 이시기 정부의 경제총수로서 적합한 지뇟
논란이다.

치솟는 금리, 폭락하는 주가로 정신이 없는 위기의 금융기관장을 불러모아
거창한 21세기 국가과제를 "훈시"하는 것은 어지간히 한가한 일이다.

기아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쇠고기까지 해결을 기다리는 현안이 한두가지가
아닌 터다.

어려울때 일수록 "원론"에 충실하자는 것을 틀리다고야 할 수는 없지만
발등의 불이 화급한 마당에 한가한 미래설계나 들고다니는데는 고개가
가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그는 역시 정치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정규재 < 경제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