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강삼재 총장의 지난 7일 "김대중 총재 비자금" 폭로 발언이후
정국이 여야간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회의는 8일 잇달아 대책회의를 열고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의 "경선자금"
문제를 끄집어내는 등 맞불작전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반면 신한국당은 제2, 제3탄의 폭로전을 예고했다.

자민련 김종필 민주당 조순 총재 이인제 전 경기지사 등 다른 대선후보들은
이번 사태에따른 득실을 저울질하며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한국당에서는 국민회의측이 폭로내용을 전면 부인할 것으로 예상,
이를 뒤집기 위한 폭로전 시리즈를 마련해놓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강총장은 당무회의에서 "어제 발표한 내용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김총재는 부인과 친인척 등을 통해 엄청난 비자금을 보유하고 있고 그에
대한 실체를 확인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자들도 "김총재의 비자금 관리의혹을 입증할수 있는 방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김총재가 6백70억원 이외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이른바
"6백70억+알파"도 있다"며 "이번주중 또 한차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국당은 이번 폭로를 통해 대선구도가 이회창 대 김대중 총재의 양자
대결로 전환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신한국당이 폭로내용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도 정치권
뿐만 아니라 범여권조직까지 "반 DJ전선"에 합류시키겠다는 구상의 일단
이라는 지적이다.

신한국당은 이번 폭로건이 이전지사측에 마음을 두고 있을지 모르는 당내
일부 인사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선 이슈가 비자금 문제로 옮겨 가면서 이인제 전지사나
조순 총재가 반사이익을 얻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이날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신한국당 이총재의 경선
자금을 포함한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국회 특별조사를 신한국당측에 요구
했다.

국민회의는 이와함께 강총장의 주장에 대해 16가지 의문을 제기하며 검찰과
중앙선관위에 강총장을 명예훼손과 후보비방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국민회의는 또 당내에 "강삼재 모략대책위"를 구성, 강총장이 제시한 금융
자료 등의 입수경위와 조사자료 작성배경및 주도인물 등을 추적, 중상.모략
정치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국민회의는 내부적으로 이총재와 관련한 각종의혹을 제기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금융실명제 실시이전 지인들이 김총재에게 정치자금으로
지원한 약간의 액수를 처조카에게 맡겼다가 몇차례 찾아 쓴 것은 있으나
그마저 실명제 실시이후 모두 찾아쓰고 현재는 맡긴 돈이나 관리하는 돈이
한푼도 없다"며 처조카를 통한 정치자금 관리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비자금 폭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자민련 민주당 이전지사측은 사태
추이를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이번 일로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간 양자대결구도가
부각되며 군소후보진영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자민련 김총재는 이날 한국논단 주최, 대선후보 사상검증 토론회에 참석하기
앞서 이동복 비서실장 등 핵심당직자들과 비자금문제 등을 논의, 별다른
입장표명 없이 "좀 더 지켜보자"는 제3자적 입장을 고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은 그러나 비자금사건이 향후 야권후보단일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조총재측은 이번 사건이 구정치 문화의 산물임을 집중 부각하면
깨끗한 정치를 지향하는 조총재와 민주당의 위상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에 대한 양면공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지사측은 기존정당과 차별화된 신당 창당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참신성을 부각시킬수 있는 계기로 작용, 반사이익을 거둘수
있다는 입장이다.

< 허귀식.김태철.김태완.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