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동차통상마찰을 계기로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위상제고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미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자동차시장을 겨냥, 슈퍼 301조를 꺼내든데는
미국자동차공업협회(AAMA)의 강력한 로비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미국자동차공업협회의 파트너격인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는 "도대체
뭣하는 곳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무역대표부와 자동차협상을 이끌어온 한 통산부관계자는 "한국자동차
업계가 정부를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있다.

힘겨운 전쟁을 치르는 정부를 도울 원군이 없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민간외교를 펼칠 만한 힘이 없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미국의 3대자동차메이커인 "빅3"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미국
자동차공업협회와 달리 인원이나 예산면에서 지나칠 정도로 빈약하다.

미국의 파상공세를 누그러뜨리기위한 지원부대역할을 할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인원만 따지면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50명으로 미국자동차공업협회 1백명,
일본자동차공업협회 1백14명에 비해 턱없이 적다.

예산은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40억원(97년)으로 미국 2백70억원,일본
7백60억원에 비해 역시 태부족이다.

그렇다고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더이상 신세타령만 할 처지도 못된다.

미국과 유럽의 통상공세가 갈수록 거칠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협회는 통상산업부및 회원사들과 민간차원의 통상지원방안을
강구중이다.

우선 내년중 워싱턴에 사무소를 내 직원 1-2명을 파견, 통상정보를
모으고 사전대처방안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협회관계자는 "일본자동차공업협회(JAMA)는 워싱턴 브뤼셀 싱가포르등
3곳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며 "한국은 시장개방압력에 가장 공격적인
미국에만이라도 사무소를 두는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관계자는 "미국자동차업계에 관한 정보나 한국자동차시장에 대한
미의회및 행정부사람들의 인식등을 미리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협상에
도움이 될수있다"고 말했다.

사무소개설문제는 통상산업부도 적극적이다.

또하나는 협회일에 좀더 많은 시간을 쏟으면서 민간외교를 펼칠수있도록
회장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자동차공업협회장은 정몽규현대자동차회장이 맡고있다.

비상근이다.

의회나 행정부에 발언권이 센 미국자동차공업협회의 앤드류 카드상근회장에
비하면 역할이 작을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관료출신이나 업계의 원로로서 협회일에 전념할수있는 유력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조직의 위상을 높이려면 예산확대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워싱턴에 사무소를 하나를 두는데 약 10억원 가량 들어간다.

사무실임대료와 협회파견직원및 현지인인건비를 포함한 것이다.

일부 자동차회사들이분기별로 1억-2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몇개월째 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예산확대를 얘기한다는 것이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올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