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이 기업퇴출관련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에 대해서도 적대적 M&A(기업 인수합병)를 허용하고, 25%이상
취득할 경우 50%+1주까지 공개매수토록 의무화하고 있는 현행 의무
공개매수제도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파산법 화의법 회사정리법을 한 법률로 통합하고, 부실기업인수시
공정거래법상 출자한도(순자산의 25%)규정을 한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재경원움직임은 부실기업정리 등 구조조정이 현안과제인 까닭에
더욱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출자한도 규정배제 등을 기아그룹을 제3자인수방식으로 처리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하는것 등은 꼭 옳은 시각이 아니다.

현행 공정거래법도 산업합리화차원의 출자에 대해서는 한도외로 취급토록
규정하고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재경원의 이번 구상이 특정 이해관계자를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라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된 본연의 제도개편작업이라고
받아들인다.

외국인의 적대적 M&A를 현재 논의되고 있는 MAI(다자간 투자협정)타결
이전에 앞당겨 허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다소 의문이지만, 관련 제도를
한꺼번에 손본다는 차원에서 이 또한 있을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의무 공개매수규정을 완화하는 등으로 M&A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은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 4월부터 발효된 현행 M&A제도가 순기능보다는 부작용이 오히려
많았다고 보기 때문에 "질서있는 M&A"를 정착시킬 보완방안도 없이 이를
무작정 부추기려는 듯한 발상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공개매수를 신청하기 전에 제3자명의로 주식을 대량 매집하는 이른바
파킹, 주식대금 지급능력도 없으면서 공개매수를 선언하는 사기행위 등에
대한 효과적인 감시나 처벌규정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의 M&A시장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최대 주주지분율 25% 이하인
상장기업은 이렇다할 대가없이 경영권을 빼앗길 수도 있고, 선의의
소액투자자 역시 "사기적인 공개매수선언"에 놀아나 큰 피해를 볼
소지가 크다.

국내 기업의 경우 경영권자는 미국 등과는 달리 회사대출에 보증을
서거나 개인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최악의 경우 경영권을 빼앗기고 개인입보는 해제되지 않는 꼴이 될수도
있다.

적대적 M&A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 경우 일정기간내에 회사채무에 대한
종전 대주주의 보증을 해소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데 M&A에 대한 우려때문에 경영은 제쳐놓고
경영권방어에만 매달리게 하는게 웬 말이냐"고 불평인 창업자나 대주주들도
적지 않지만,우리는 근본적으로 M&A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한다.

자산의 효율적 이용을 촉진할 M&A의 순기능은 절대로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M&A시장이 사기꾼들의 놀이마당이 돼서는 안된다고 본다.

활성화방안에 앞서 M&A시장의 규율이 확립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