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 모모세 다다시 <일본 도멘 서울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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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따라잡는 18가지 이유''.
일본인이 쓴 이 ''기분 나쁜'' 제목의 책이 요즘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등장했다.
한국인으로서 자존심 상할 조건을 두루 갖추고서도 가장 많이 읽히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이 책의 저자이자 일본 7대 종합상사인 도멘의 서울지점장인
모모세 다다시(59)의 이력에 있다.
그는 지난 68년 서울에 발령받아 무려 29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꽃다운 젊은 시절을 포함해 인생의 절반을 한국에서 보낸 셈이다.
지난 71년부터 12년간은 포항제철 건설현장에 살면서 포철신화 창조에 참여
했고 그 공로로 대한민국 산업포장까지 받았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한국인이 되고 싶은 일본인''이라고 부른다.
인터뷰 내내 한국의 문제점을 지적할때마다 그의 입에서는 ''정말 속상해''
''너무 안타깝단 말야'' ''그러면 안되는데''라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서울 중구 순화동 도멘 사무소에서 그를 만나 도대체 한국이 일본을 못
쫓아가는 이유가 뭔지 들어봤다.
=======================================================================
[ 만난 사람 = 노혜령 < 산업1부 기자 > ]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소감이 어떻습니까.
<> 모모세 =요즘 현대나 삼성같은 대기업에서부터 중소기업 대학까지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와요.
얼마전 모 그룹 특강에 무려 8백명 가까이나 모인걸 보고 저도, 그룹
관계자들도 모두 놀랐습니다.
사실 "한국이 죽어도..."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리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30년 가까이 한국에 산 일본 비즈니스맨으로서
그동안 느낀 점을 솔직히 정리한 것 뿐인데..
-"한국이 죽어도..."의 인기에는 한국경제가 어렵다는 상황도 적지 않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에게 "경제교과서" 노릇을 한 일본, 그 나라의 상사맨이 보는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뭘까" 하는 것 말입니다.
<> 모모세 =그런 면도 있겠죠.
한국경제 위기의 근원적인 원인을 따져 보면 정치권이나 정부 기업 모두가
"국민"을 위한 정치 행정 경영을 하지 않기 때문인 것같습니다.
한보사태만 봐도 그래요.
은행돈은 정부나 은행의 소유가 아닙니다.
"국민의 돈"이죠.
은행장이 이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경영부실에 허덕이는 회사에 그렇게
엄청난 돈을 내줄수 있었겠습니까.
그런 은행장이 1명이라도 있었다면 아마 한보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 곧 새 대통령도 뽑고하면 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그 변화가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요.
<> 모모세 =대주주가 기업을 소유하는 한국식 경영스타일을 밀고 나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장점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한국주식회사"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일본처럼 정부 은행 기업 등 모두가 하나돼서 한국경제를 꾸려 가야 한다는
얘깁니다.
그러자면 정부가 "제대로" 간섭을 해야죠.
-정부도 비즈니스맨 세일즈맨이 돼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 모모세 =그렇습니다.
제가 포철 건설현장에 있던 72~73년께 나카소네 총리가 방한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총리가 아니라 통산부장관이었죠.
장관회의를 위해 서울에 왔던 나카소네 장관은 회담후 포철 현장에
들렀습니다.
일본 장관이 왜 번거롭게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삭막한 공사현장에
왔을까요.
당시 포철현장엔 기술이전이나 융자업무 등을 위해 일본은행 상사 기업
등에서 파견된 일본인 약 3백여명이 있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업무진행상황이 순조로운지 보러온 거죠.
그렇다고 일본인을 모아놓고 무슨 행사를 하거나 훈시를 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묵묵히 둘러보기만 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일본인들로서는 당연히 책임감이 더 생겼죠.
그러나 과연 한국의 장관들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까.
방일 일정을 쪼개서 한국인들이 일하고 있는 일본현장에 들른 한국 장관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한것 같습니다.
-듣고보니 정부가 그런 태도를 보여 줬다면 국민들의 신뢰가 지금처럼
바닥으로 추락하진 않았겠다 싶습니다.
<> 모모세 =무엇보다도 책임지는 정부가 돼야 합니다.
경부고속철도를 봅시다.
부실시공 문제로 나라가 시끌벅적하지만 막상 책임지는 공무원은 없습니다.
현재로선 허가는 누가 내줬고 도장은 누가 찍었고 하는 식으로 명백한
책임소재를 가려낼 수조차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 프로젝트가 진행중일 때는 담당자를 바꾸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A프로젝트를 하는데 5년이 걸린다면 그동안 아무리 대통령이 바뀌고
장관이 교체돼도 담당과장은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왜 그리 인사가 잦은지 모르겠습니다.
-기업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다 보니 경제가 더 얽히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기업 자금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경제난국을
해치기 위해 정부에 대한 신뢰회복이 최우선과제라는 결과가 나왔을 정도
니까요.
<> 모모세 =기업측에서 경쟁력강화를 위해 임금을 한시적으로 동결한다면
정부도 물가를 동결하는 노력으로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가동결은 정부가 책임지겠다. 버스 지하철 등 공공요금을 묶어 두겠으니
기업과 정부가 함께 경쟁력을 갉아먹는 임금상승을 억제하자"
이런 노력을 보이는 정부라면 모두 믿고 따를거라고 생각합니다.
1년간 월급을 동결하는 기업이 있으면 정부도 같은 노력을 보여야죠.
-요즘 국제화니 세계화니 떠들긴 하지만 사실 한국이 외국기업에 편한
나라는 아니죠.
<> 모모세 =거창하게 기업까지 갈것도 없이 "식당"을 예로 들어봐도 쉽게
알수 있습니다.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어느나라에나
일본인이 직접 경영하는 식당이 꼭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사람이 와서 식당을 열고 장사를 해서 이윤을 남기는게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만큼 외국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경제활동을 하기가 힘들다는 말이죠.
-결론적으로 한국이 일본을 못따라 잡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 모모세 =일본과 너무 가까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일본만 보고 달립니다.
뒤나 옆도 돌아보면서 시야를 넓혀야 일본을 뛰어넘을수 있는데 너무
일본만 쳐다 봐요.
아시아에서 선진국 모임인 OECD에 가입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입니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모두 화교경제권입니다.
중국시장 자체도 거대한 시장인데다 이들이 모두 뭉칠경우 한국과 일본은
설 땅조차 없어요.
이제는 한국과 일본, 아시아의 두나라가 협력해 아시아의 리더자리를 굳힐
때입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1일자).
일본인이 쓴 이 ''기분 나쁜'' 제목의 책이 요즘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등장했다.
한국인으로서 자존심 상할 조건을 두루 갖추고서도 가장 많이 읽히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이 책의 저자이자 일본 7대 종합상사인 도멘의 서울지점장인
모모세 다다시(59)의 이력에 있다.
그는 지난 68년 서울에 발령받아 무려 29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꽃다운 젊은 시절을 포함해 인생의 절반을 한국에서 보낸 셈이다.
지난 71년부터 12년간은 포항제철 건설현장에 살면서 포철신화 창조에 참여
했고 그 공로로 대한민국 산업포장까지 받았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한국인이 되고 싶은 일본인''이라고 부른다.
인터뷰 내내 한국의 문제점을 지적할때마다 그의 입에서는 ''정말 속상해''
''너무 안타깝단 말야'' ''그러면 안되는데''라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서울 중구 순화동 도멘 사무소에서 그를 만나 도대체 한국이 일본을 못
쫓아가는 이유가 뭔지 들어봤다.
=======================================================================
[ 만난 사람 = 노혜령 < 산업1부 기자 > ]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소감이 어떻습니까.
<> 모모세 =요즘 현대나 삼성같은 대기업에서부터 중소기업 대학까지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와요.
얼마전 모 그룹 특강에 무려 8백명 가까이나 모인걸 보고 저도, 그룹
관계자들도 모두 놀랐습니다.
사실 "한국이 죽어도..."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리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30년 가까이 한국에 산 일본 비즈니스맨으로서
그동안 느낀 점을 솔직히 정리한 것 뿐인데..
-"한국이 죽어도..."의 인기에는 한국경제가 어렵다는 상황도 적지 않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에게 "경제교과서" 노릇을 한 일본, 그 나라의 상사맨이 보는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뭘까" 하는 것 말입니다.
<> 모모세 =그런 면도 있겠죠.
한국경제 위기의 근원적인 원인을 따져 보면 정치권이나 정부 기업 모두가
"국민"을 위한 정치 행정 경영을 하지 않기 때문인 것같습니다.
한보사태만 봐도 그래요.
은행돈은 정부나 은행의 소유가 아닙니다.
"국민의 돈"이죠.
은행장이 이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경영부실에 허덕이는 회사에 그렇게
엄청난 돈을 내줄수 있었겠습니까.
그런 은행장이 1명이라도 있었다면 아마 한보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 곧 새 대통령도 뽑고하면 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그 변화가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요.
<> 모모세 =대주주가 기업을 소유하는 한국식 경영스타일을 밀고 나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장점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한국주식회사"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일본처럼 정부 은행 기업 등 모두가 하나돼서 한국경제를 꾸려 가야 한다는
얘깁니다.
그러자면 정부가 "제대로" 간섭을 해야죠.
-정부도 비즈니스맨 세일즈맨이 돼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 모모세 =그렇습니다.
제가 포철 건설현장에 있던 72~73년께 나카소네 총리가 방한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총리가 아니라 통산부장관이었죠.
장관회의를 위해 서울에 왔던 나카소네 장관은 회담후 포철 현장에
들렀습니다.
일본 장관이 왜 번거롭게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삭막한 공사현장에
왔을까요.
당시 포철현장엔 기술이전이나 융자업무 등을 위해 일본은행 상사 기업
등에서 파견된 일본인 약 3백여명이 있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업무진행상황이 순조로운지 보러온 거죠.
그렇다고 일본인을 모아놓고 무슨 행사를 하거나 훈시를 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묵묵히 둘러보기만 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일본인들로서는 당연히 책임감이 더 생겼죠.
그러나 과연 한국의 장관들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까.
방일 일정을 쪼개서 한국인들이 일하고 있는 일본현장에 들른 한국 장관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한것 같습니다.
-듣고보니 정부가 그런 태도를 보여 줬다면 국민들의 신뢰가 지금처럼
바닥으로 추락하진 않았겠다 싶습니다.
<> 모모세 =무엇보다도 책임지는 정부가 돼야 합니다.
경부고속철도를 봅시다.
부실시공 문제로 나라가 시끌벅적하지만 막상 책임지는 공무원은 없습니다.
현재로선 허가는 누가 내줬고 도장은 누가 찍었고 하는 식으로 명백한
책임소재를 가려낼 수조차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 프로젝트가 진행중일 때는 담당자를 바꾸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A프로젝트를 하는데 5년이 걸린다면 그동안 아무리 대통령이 바뀌고
장관이 교체돼도 담당과장은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왜 그리 인사가 잦은지 모르겠습니다.
-기업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다 보니 경제가 더 얽히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기업 자금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경제난국을
해치기 위해 정부에 대한 신뢰회복이 최우선과제라는 결과가 나왔을 정도
니까요.
<> 모모세 =기업측에서 경쟁력강화를 위해 임금을 한시적으로 동결한다면
정부도 물가를 동결하는 노력으로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가동결은 정부가 책임지겠다. 버스 지하철 등 공공요금을 묶어 두겠으니
기업과 정부가 함께 경쟁력을 갉아먹는 임금상승을 억제하자"
이런 노력을 보이는 정부라면 모두 믿고 따를거라고 생각합니다.
1년간 월급을 동결하는 기업이 있으면 정부도 같은 노력을 보여야죠.
-요즘 국제화니 세계화니 떠들긴 하지만 사실 한국이 외국기업에 편한
나라는 아니죠.
<> 모모세 =거창하게 기업까지 갈것도 없이 "식당"을 예로 들어봐도 쉽게
알수 있습니다.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어느나라에나
일본인이 직접 경영하는 식당이 꼭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사람이 와서 식당을 열고 장사를 해서 이윤을 남기는게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만큼 외국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경제활동을 하기가 힘들다는 말이죠.
-결론적으로 한국이 일본을 못따라 잡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 모모세 =일본과 너무 가까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일본만 보고 달립니다.
뒤나 옆도 돌아보면서 시야를 넓혀야 일본을 뛰어넘을수 있는데 너무
일본만 쳐다 봐요.
아시아에서 선진국 모임인 OECD에 가입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입니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모두 화교경제권입니다.
중국시장 자체도 거대한 시장인데다 이들이 모두 뭉칠경우 한국과 일본은
설 땅조차 없어요.
이제는 한국과 일본, 아시아의 두나라가 협력해 아시아의 리더자리를 굳힐
때입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