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모기업 (주)쌍방울이 간신히 부도처리는 면했지만 이번
국면을 넘겼다고해서 쌍방울이 한숨을 돌릴 형편은 아니다.

아직 다른 채권은행단들의 입장이 유동적이고 이번 BOA의 어음교환사태가
보여주듯 수십억원의 어음만 돌아와도 부도가 날 수 밖에 없을 만큼 재무
구조가 허약하기 때문이다.

그밖에 다음주로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종금사 사장단회의, 정부에 요청해
놓고 있는 자금지원문제 등등 넘어야할 산들이 많은 형편이다.

이 위기의 타개여부는 결국 쌍방울개발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종금사들은 무주리조트를 공동담보로 잡고 여신기간을 일시적으로
늘려 주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좀더 적극적인 해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그룹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력사인 (주)쌍방울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3천4백억원, 순이익 93억원을
기록한 우량한 회사다.

그리고 쌍방울개발과 쌍방울상사, 태영모방을 제외하고는 다른 계열사들은
규모도 작을 뿐 아니라 크게 부실요인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적자를 내고 있는 3개 회사중 쌍방울개발은 자산규모에 비해 매출이 적어
(지난해 3백83억원) 그룹의 위기를 부른 원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부채규모가 8천7백억원에 달하고 이를 대부분 (주)쌍방울의 지급
보증에 의존, 그룹전체의 부실을 초래했다.

쌍방울개발의 처리가 이번 위기타개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쌍방울그룹 자체로는 쌍방울개발의 자산가치를 1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
하고 있다.

은행 종금 등 금융권에서는 7천억~8천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쌍방울개발의 부채규모가 8천7백억원 정도이므로 이를 처분한다면 어쨌든
모기업인 (주)쌍방울과 그밖의 계열사들은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주 금융위기에 봉착해 자구계획을 발표할 때만해도 쌍방울개발의 처분
은 논외였다.

이의철 회장으로서는 그룹의 크기에 비해 엄청난 자원을 단기자금으로
메워 가면서까지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린 무주리조트(2백50만평)에
투자하는 등 애착을 보여 왔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룹의 모든 어려움이 쌍방울개발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쌍방울개발의 처분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쌍방울개발을 처분할 경우 매입자측은 기존에 분양된 콘도의 회원
(6만~7만명추정)들은 끌어안으면서 장래의 개발여지를 바라봐야 한다.

따라서 무주리조트의 자산가치는 쌍방울그룹측이 매기고 있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지난주 10명의 임원을 퇴임시키고 6개월이내에 전직원의 30%를 감원시키며
그밖에 쌍방울건설 쌍방울룩 쌍방울지에프 쌍방울레이더스 이리컨트리클럽
등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제 모기업인 (주)쌍방울이 부도위기를
간신히 넘기고난 처지여서 다른 획기적인 자구책이 나올수 있을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 채자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