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창간33돌] 세계 변화 : (대담) '한국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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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서밋(Korea Summint)''에 참석차 방한했던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사무총장과 유장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신라호텔에서 OECD내에서의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이자리에서 존스턴 사무총장은 "한국은 선진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다자간 투자협정(MAI) 및 다자간 환경협약
(MEA)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희망했다.
존스턴 사무총장과 유원장의 대담내용을 요약한다.
=======================================================================
<> 유장희 원장 =코리아 서밋당시 "OECD와 한국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연설한 내용이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이때 한국경제가 선진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자율적인 구조개혁과 개방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하셨는데요.
<> 존스턴 사무총장 =한국은 지난 반세기동안 실로 놀라운 성장을
해왔습니다.
불과 한세대가 바뀌기도 전에 엄청난 변화를 겪었던 것이지요.
막강하게 성장한 재벌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세계 교역 확장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표출된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은 테니스 경기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수출주도형으로 성장해온 한국경제엔 반드시 상대가 있는 것이고 상대의
전략이 바뀜에 따라 그 전략도 적절히 바뀌어야 합니다.
게임에서 뒤지고 있는 팀이 상황을 역전시키려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국 경제가 한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기초한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OECD 회원국중 평균수준이지만 이는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중앙은행의 독립과 경제정책의
투명성을 보장하면서 금융부문을 적극적으로 개방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 잠재력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유원장 =금융개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개방이 금융혼란을 초래하리라는 우려가 높은데요.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기업들이 기업활동에 있어 은행대출에 절대적인
부분을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보니 기업이 잘못됐을때 은행들이 안게 되는
손해는 막대하지요.
따라서 민간은행들조차 은행 스스로의 책임하에 완전한 자율권이 주어지는
것을 반대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 존스턴 사무총장 =개방에는 분명 고통이 뒤따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균형이 잡히고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게 되면
희생은 사라지게 됩니다.
노동시장의 예를 들어보면 어느 한쪽의 몫이 줄어들고 고용감축이 행해지면
상대적으로 다른 쪽에서 수요가 늘게 됩니다.
자연히 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금융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보다 효율적인 자금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위기대처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입니다.
안정을 되찾은 후에는 훨씬 나은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정부는 이 과정에서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정역할을 해
줘야겠지요.
일시적 혼란이 있을지라도 개방은 궁극적으로 경쟁력 강화에 필수조건인
셈입니다.
<> 유원장 =원론적으로는 옳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 "일시적 혼란"을 이겨낼만한 저력과 자신이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정치적으로 수용되는가가 문제지요.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은 금융개방이 곧 나라경제의 총체적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말레이시아의 모하메드 마하티르 총리는 동남아 통화위기가
조지 소로스등 대규모 투기꾼들의 공격으로 촉발된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시장질서에 혼란이 닥쳤을때 효과적으로 대처할만한 노하우를 갖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시장을 개방할 경우 또다른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걱정이
지배적인 분위기입니다.
<> 존스턴 사무총장 =물론 대자본의 공격이 동남아 통화불안에 영향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이번 동남아 통화위기는 우선 정부가 통화하락에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데 책임이 있다고 보는것이 옳을 것입니다.
투기꾼들이 아무리 대규모로 공격을 가한다고 해도 한나라의 금융질서를
뿌리째 뒤흔들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경제나 금융구조 자체의 근본적인 취약성에서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금융개방은 각국의 경제구조나 금융질서를 국제화
시대에 맞는 체질로 강화시키기 위한 기초라고 확신합니다.
<> 유원장 =지난해 12월 한국이 OECD에 가입한후 약 8개월이 지났습니다.
아직 전반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좀 이른감이 있습니다만 OECD 회원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을 평가해 본다면.
<> 존스턴 사무총장 =한국이 29번째로 OECD에 가입하게 된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중심이 서서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조세연구원내에 OECD 조세센터를 열게 된 것은 OECD 가입이후
최초의 구체적인 협력사업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또한 한국은 OECD회원국으로서 OECD내 다자간 투자, 세금 가이드 라인에
관한 협상에 참여함으로써 국제적인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규정
제정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도 영입해 OECD내에서 근무토록 해야 할 터인데 현재는
OECD도 예산등의 문제로 긴축예산정책과 비용절감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좀더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유원장 =다자간 투자협정(MAI:Multilateral Agreement on Investment)
이나 기업지배구조등 최근들어 OECD는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MAI에 대해서는 한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은 상황입니다.
외국인들이 국내투자를 확대했으면 하는것이 한국측의 바람이며 따라서
MAI의 내용은 한국에 있어 아주 중요한 전기가 될 수도 있겠는데요.
이러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협의가 어느정도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 존스턴 사무총장 =현재 MAI는 기본 골격에 대한 논의를 끝낸
수준입니다.
구체적인 진행전망에 대해 말하긴 이르겠지만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습니다.
MAI에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회원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MAI의 기본의도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자는 것입니다.
국제교역에서 "국경"의 의미가 사라지면서 한 나라의 기업은 이제
전세계를 무대로 기업활동을 펼치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환경이 마련돼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다시말해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마련되어야 하고 평등한 기준에 따라
분쟁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유원장 =기업지배(corporate governance)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한국에선 최근 재벌기업이 잇달아 부도를 내는등 재벌이 위기에 부딪친
상황에서 OECD가 이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정하는 것은 경제구조개혁에
직결된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 전망을 밝혀주십시오.
<> 존스턴 사무총장 =OECD는 현재 이에 대해 많은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자문기구를 구성해 놓고 있습니다.
또 지난 6월에는 이 문제에 대한 심포지엄을 연데 이어 내년 4~5월께
역내 장관회담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나눈후 보고서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어쨌든 기업지배구조에 있어 확실한 것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민주화,
또 그에 대한 철저한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 유원장 =전자 상거래가 최근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무역,서 비스, 과세, 해적행위 근절등 전자 상거래가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선결과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 존스턴 사무총장 =중요한 지적입니다.
OECD는 최근 인터넷을 통한 전자 상거래가 급속히 확산되는데 따라
통관절차 간소화, 사기방지, 지적재산권 침해, 프라이버시 보호, 소비자
피해에 대한 구제및 분쟁 조정 절차등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둔 대책마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은 전자상거래에 대한 세금문제입니다.
전자상거래를 무관세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각국의 목소리가 첨예하게
갈라지고 있습니다.
이경우 전자상거래에 음반 영화, 나아가 건축 법률등의 컨설팅까지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서비스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지요.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각국의 의견을 한데 모아 공통 분모를 도출해 내는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 유원장 =정부가 전자 상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
기술적인 노하우를 갖춰야 할 텐데요.
과연 각 정부가 전자상거래를 관장할 만한 테크닉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존스턴 사무총장 =바로 그것이 문제입니다.
전자 상거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기술적인 능력이 가장 중요한
관건입니다.
무엇보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세금이 최대의 이슈가 될 것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를 관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통제능력이
있어야 할테니까요.
서류에 의해 이뤄지는 일반 상거래에도 기술적인 능력이 필요하니
전자거래야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렵고도 필수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유원장 =이른바 "반부패라운드"라는 뇌물방지 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국에서는 명절등에 윗사람에게 정성을 표하는 것이 아주 당연한
전통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같이 한두사람만 건너면 가족이요 친구가 되는 밀집형
동양사회에서는 가끔 선물을 교환하는것이 미덕일 수도 있거든요.
과연 어디까지가 선물이고 어디까지가 뇌물인지 OECD가 명쾌한 구분을
지어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
<> 존스턴 사무총장 =뇌물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제공된다는 면에서
성의표시와는 구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외국 공직자에게 뇌물을 금지한다고 했을때 에어 프랑스는
국영이니 에어 프랑스 사장이 받은 선물은 뇌물이 되고 민영인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웨이스 사장이 받은 선물은 뇌물이 아니라는 불합리한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국가적 합의에 따라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유원장 =아시아 국가들이 OECD 논의사항중 초미의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환경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WTO는 환경을 이유로한 무역규제를 반대하는 입장인데 반해 OECD는
경쟁력에 대한 영향을 이유로 환경 개선에 소극적인 국가에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까지 논의된 OECD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 존스턴 사무총장 =두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OECD는 월경성(Transboundary), 지구적(Global)환경문제 해소를 위해
국제협력, 특히 다자간 환경협약(MEA)을 통한 접근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또하나는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무역에 다소 영향을 미치더라도
일방조치의 사용가능성을 배제 않는 것이 OECD의 입장입니다.
<> 유원장 =끝으로 OECD 회원국으로서 한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존스턴 사무총장 =2020년 이후에는 신흥 성장 국가들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역시 아.태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은 특별히 교육제도에 중점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질이 뛰어나기로 손꼽히는 미국을 볼까요.
최근 미국의 경기는 눈부신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경비절감과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한 안정적인
성장으로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로 다시 올라선데는 교육의 힘이
크다는데 전문가들이 대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교육이라는 기본 인프라를 탄탄히 갖춰야 지속적으로 건실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이런 의미에서 열린 경제,투명한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한국에 좋은 참고가 되리라 봅니다.
< 정리=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사무총장과 유장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신라호텔에서 OECD내에서의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이자리에서 존스턴 사무총장은 "한국은 선진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다자간 투자협정(MAI) 및 다자간 환경협약
(MEA)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희망했다.
존스턴 사무총장과 유원장의 대담내용을 요약한다.
=======================================================================
<> 유장희 원장 =코리아 서밋당시 "OECD와 한국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연설한 내용이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이때 한국경제가 선진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자율적인 구조개혁과 개방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하셨는데요.
<> 존스턴 사무총장 =한국은 지난 반세기동안 실로 놀라운 성장을
해왔습니다.
불과 한세대가 바뀌기도 전에 엄청난 변화를 겪었던 것이지요.
막강하게 성장한 재벌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세계 교역 확장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표출된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은 테니스 경기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수출주도형으로 성장해온 한국경제엔 반드시 상대가 있는 것이고 상대의
전략이 바뀜에 따라 그 전략도 적절히 바뀌어야 합니다.
게임에서 뒤지고 있는 팀이 상황을 역전시키려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국 경제가 한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기초한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OECD 회원국중 평균수준이지만 이는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중앙은행의 독립과 경제정책의
투명성을 보장하면서 금융부문을 적극적으로 개방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 잠재력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유원장 =금융개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개방이 금융혼란을 초래하리라는 우려가 높은데요.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기업들이 기업활동에 있어 은행대출에 절대적인
부분을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보니 기업이 잘못됐을때 은행들이 안게 되는
손해는 막대하지요.
따라서 민간은행들조차 은행 스스로의 책임하에 완전한 자율권이 주어지는
것을 반대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 존스턴 사무총장 =개방에는 분명 고통이 뒤따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균형이 잡히고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게 되면
희생은 사라지게 됩니다.
노동시장의 예를 들어보면 어느 한쪽의 몫이 줄어들고 고용감축이 행해지면
상대적으로 다른 쪽에서 수요가 늘게 됩니다.
자연히 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금융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보다 효율적인 자금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위기대처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입니다.
안정을 되찾은 후에는 훨씬 나은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정부는 이 과정에서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정역할을 해
줘야겠지요.
일시적 혼란이 있을지라도 개방은 궁극적으로 경쟁력 강화에 필수조건인
셈입니다.
<> 유원장 =원론적으로는 옳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 "일시적 혼란"을 이겨낼만한 저력과 자신이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정치적으로 수용되는가가 문제지요.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은 금융개방이 곧 나라경제의 총체적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말레이시아의 모하메드 마하티르 총리는 동남아 통화위기가
조지 소로스등 대규모 투기꾼들의 공격으로 촉발된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시장질서에 혼란이 닥쳤을때 효과적으로 대처할만한 노하우를 갖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시장을 개방할 경우 또다른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걱정이
지배적인 분위기입니다.
<> 존스턴 사무총장 =물론 대자본의 공격이 동남아 통화불안에 영향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이번 동남아 통화위기는 우선 정부가 통화하락에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데 책임이 있다고 보는것이 옳을 것입니다.
투기꾼들이 아무리 대규모로 공격을 가한다고 해도 한나라의 금융질서를
뿌리째 뒤흔들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경제나 금융구조 자체의 근본적인 취약성에서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금융개방은 각국의 경제구조나 금융질서를 국제화
시대에 맞는 체질로 강화시키기 위한 기초라고 확신합니다.
<> 유원장 =지난해 12월 한국이 OECD에 가입한후 약 8개월이 지났습니다.
아직 전반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좀 이른감이 있습니다만 OECD 회원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을 평가해 본다면.
<> 존스턴 사무총장 =한국이 29번째로 OECD에 가입하게 된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중심이 서서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조세연구원내에 OECD 조세센터를 열게 된 것은 OECD 가입이후
최초의 구체적인 협력사업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또한 한국은 OECD회원국으로서 OECD내 다자간 투자, 세금 가이드 라인에
관한 협상에 참여함으로써 국제적인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규정
제정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도 영입해 OECD내에서 근무토록 해야 할 터인데 현재는
OECD도 예산등의 문제로 긴축예산정책과 비용절감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좀더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유원장 =다자간 투자협정(MAI:Multilateral Agreement on Investment)
이나 기업지배구조등 최근들어 OECD는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MAI에 대해서는 한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은 상황입니다.
외국인들이 국내투자를 확대했으면 하는것이 한국측의 바람이며 따라서
MAI의 내용은 한국에 있어 아주 중요한 전기가 될 수도 있겠는데요.
이러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협의가 어느정도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 존스턴 사무총장 =현재 MAI는 기본 골격에 대한 논의를 끝낸
수준입니다.
구체적인 진행전망에 대해 말하긴 이르겠지만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습니다.
MAI에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회원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MAI의 기본의도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자는 것입니다.
국제교역에서 "국경"의 의미가 사라지면서 한 나라의 기업은 이제
전세계를 무대로 기업활동을 펼치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환경이 마련돼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다시말해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마련되어야 하고 평등한 기준에 따라
분쟁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유원장 =기업지배(corporate governance)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한국에선 최근 재벌기업이 잇달아 부도를 내는등 재벌이 위기에 부딪친
상황에서 OECD가 이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정하는 것은 경제구조개혁에
직결된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 전망을 밝혀주십시오.
<> 존스턴 사무총장 =OECD는 현재 이에 대해 많은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자문기구를 구성해 놓고 있습니다.
또 지난 6월에는 이 문제에 대한 심포지엄을 연데 이어 내년 4~5월께
역내 장관회담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나눈후 보고서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어쨌든 기업지배구조에 있어 확실한 것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민주화,
또 그에 대한 철저한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 유원장 =전자 상거래가 최근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무역,서 비스, 과세, 해적행위 근절등 전자 상거래가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선결과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 존스턴 사무총장 =중요한 지적입니다.
OECD는 최근 인터넷을 통한 전자 상거래가 급속히 확산되는데 따라
통관절차 간소화, 사기방지, 지적재산권 침해, 프라이버시 보호, 소비자
피해에 대한 구제및 분쟁 조정 절차등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둔 대책마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은 전자상거래에 대한 세금문제입니다.
전자상거래를 무관세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각국의 목소리가 첨예하게
갈라지고 있습니다.
이경우 전자상거래에 음반 영화, 나아가 건축 법률등의 컨설팅까지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서비스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지요.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각국의 의견을 한데 모아 공통 분모를 도출해 내는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 유원장 =정부가 전자 상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
기술적인 노하우를 갖춰야 할 텐데요.
과연 각 정부가 전자상거래를 관장할 만한 테크닉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존스턴 사무총장 =바로 그것이 문제입니다.
전자 상거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기술적인 능력이 가장 중요한
관건입니다.
무엇보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세금이 최대의 이슈가 될 것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를 관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통제능력이
있어야 할테니까요.
서류에 의해 이뤄지는 일반 상거래에도 기술적인 능력이 필요하니
전자거래야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렵고도 필수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유원장 =이른바 "반부패라운드"라는 뇌물방지 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국에서는 명절등에 윗사람에게 정성을 표하는 것이 아주 당연한
전통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같이 한두사람만 건너면 가족이요 친구가 되는 밀집형
동양사회에서는 가끔 선물을 교환하는것이 미덕일 수도 있거든요.
과연 어디까지가 선물이고 어디까지가 뇌물인지 OECD가 명쾌한 구분을
지어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
<> 존스턴 사무총장 =뇌물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제공된다는 면에서
성의표시와는 구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외국 공직자에게 뇌물을 금지한다고 했을때 에어 프랑스는
국영이니 에어 프랑스 사장이 받은 선물은 뇌물이 되고 민영인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웨이스 사장이 받은 선물은 뇌물이 아니라는 불합리한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국가적 합의에 따라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유원장 =아시아 국가들이 OECD 논의사항중 초미의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환경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WTO는 환경을 이유로한 무역규제를 반대하는 입장인데 반해 OECD는
경쟁력에 대한 영향을 이유로 환경 개선에 소극적인 국가에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까지 논의된 OECD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 존스턴 사무총장 =두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OECD는 월경성(Transboundary), 지구적(Global)환경문제 해소를 위해
국제협력, 특히 다자간 환경협약(MEA)을 통한 접근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또하나는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무역에 다소 영향을 미치더라도
일방조치의 사용가능성을 배제 않는 것이 OECD의 입장입니다.
<> 유원장 =끝으로 OECD 회원국으로서 한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존스턴 사무총장 =2020년 이후에는 신흥 성장 국가들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역시 아.태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은 특별히 교육제도에 중점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질이 뛰어나기로 손꼽히는 미국을 볼까요.
최근 미국의 경기는 눈부신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경비절감과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한 안정적인
성장으로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로 다시 올라선데는 교육의 힘이
크다는데 전문가들이 대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교육이라는 기본 인프라를 탄탄히 갖춰야 지속적으로 건실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이런 의미에서 열린 경제,투명한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한국에 좋은 참고가 되리라 봅니다.
< 정리=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