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니즈 박스"는 애정영화이자 다큐멘터리같은 작품입니다.

내가 나고 자란 곳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동시에 잘알려진 듯하면서도
실은 베일에 가린 홍콩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죠"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차이니즈 박스"의 감독 웨인 왕(48)이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앞 해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영화는 영국남자 (제레미 아이언즈)와 중국출신 여자 (공리),
파란많은 삶을 산 홍콩여자 (장만옥), 성공한 사업가 (창)가 97년 1월부터
7월까지 홍콩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다룬 작품.

카날 플뤼스 (프랑스), NDF (영국.일본 합작영화사)가 함께 투자하고
미국제작진이 홍콩에서 촬영한 5개국 합작영화다.

"죽어가는 영국인 기자, 매력적인 중국출신 여인, 성공한 홍콩사업가를
통해 각 나라를 은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원래 정형화된 인물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에서는 예외였죠"

웨인 왕은 90년 홍콩에 관한 첫영화 "인생은 싸구려"이후 홍콩반환에
앞서 홍콩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잔잔하게 조명한 영화를 만들어야한다는
욕구를 느꼈다고.

그는 "홍콩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품고 있지만 서구에서 사는 이상
홍콩인은 아니다"라며 자기 관점이 서구인에 가깝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투견장의 개를 비롯한 몇몇 이미지가 동양을 이국적 풍물로
한정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며 훈련받은 투견은 선택권없이
강대국에 끌려다니는 홍콩을 비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은 홍콩이 자유의사에 따라 선택하기를 기대했다는 것.

하지만 토막난 생선의 심장이 펄떡이는 영상을 통해 미래에 대한 낙관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다국적 합작영화의 모델로 새 프로그램인
PPP (공도투자와 제작을 위한 프리마켓)에서 연구과제로 논의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방송 (금강기획)이 배급을 맡아 25일 개봉한다.

웨인 왕은 49년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대에서 영화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작품은 "조이럭 클럽" (93년) "스모크" (95년) 등 10여편.

< 부산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