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어쨌든 주가급락을 방관할수 없는 처지인 증권당국이
서둘러 증시부양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우리는 발등의 불인 기아사태의 원만한 해결 및 돌발적인 비자금
정국의 해소 없이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늘리거나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
하는 등의 곁가지를 치는 방식만으로는 별다른 효과를 볼수 없다고 본다.

재정경제원이 어제 발표한 증시부양책의 주요내용은 오는 11월3일부터
종목당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23%에서 26%로 확대하고 11월부터 비거주자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하여 주식수요기반을 확충하며 주식액면가분할
및 중간배당제를 도입하여 증시유동성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우선 투자심리를 안정시킨뒤 수출회복등 지표경기의 호전을 배경으로 더
이상의 주가하락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경제의 거울"인 증시가 살아나려면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물가 금리 환율
등이 안정되는 등 경제의 기초체력(fundamentals)이 튼튼해야 하지만 위기
상황에 몰린 국내 증시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응급조치를 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와 같은 고식적인 조치만으로는 응급효과
마저 거두기 어렵다.

예를 들면 비거주자 주식양도차익 비과세조치로 일본에서만 25억~30억달러
를 포함해 독일 홍콩 싱가포르 룩셈부르크 등에서 모두 40억달러, 외국인
주식투자한도확대로 20억~30억달러가 각각 국내증시로 유입되리라고 기대
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실물경기가 나쁜데다 부도사태로 금융시장마저 경색돼 있고 하루가 다르게
환율이 치솟아 환차손 위험마저 큰데 어떻게 거액의 외국자본이 들어오기를
바라겠는가.

더구나 주식 액면가분할이나 중간배당제 도입은 상법이나 증권거래법이
개정돼야 하므로 당장은 별다른 효과가 없으며 낮은 배당성향 등을 고려할때
비록 관련법이 개정되더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물론 이같은 조치가 당장의 주가부양보다는 선진국의 무액면가제 및 배당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투자 등을 지향하는 중장기적인 제도개선이라고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증시부양책의 목적이 국내 증시의 선진화보다는 위기상황에
몰린 주식투자기반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변죽만 울릴 것이 아니라 현재
금융시장을 경색시키고 환율불안을 부추기는 기아사태를 서둘러 해결하며
비자금파문이 더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같은 과제는 증권당국만의 힘으로는 어쩔수 없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역외펀드의 자금조달원을 투명하게 하는 것처럼 당장 개선할수 있는
일도 증시대책에서 빠져 있어 유감이다.

요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증시를 대거 떠나는 것같은 인상을 줘 불안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는 역외펀드의 주식매도공세는 사실은 무분별한 해외
차입에 의존한 국내기관 투자가의 주식투자실패 탓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