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본격적인 대선체제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당내 대통령후보경선 과정에서 "불공정"경선을 이유로 도중 하차했던 박찬종
고문이 14일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계를 주축으로 하는 비주류의 이탈 움직임과 일부 경선주자들의
방관자적 자세로 당을 추스리는데 애를 먹어왔던 이회창 총재로서는 박고문의
선대위원장 수락으로 반전의 호기를 잡게 됐다.

특히 영남권에서 나름의 지분이 있는 박고문이 심정적으로 우군으로 생각
하던 이인제 전 경기지사 진영에 합류하지 않고 당 잔류를 결심한 것은 물론
선거의 선봉에 서기로까지 결심한 것은 향후 선거 판세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사실 박고문은 경선후 장고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이총재로는 정권창출이
어렵지 않느냐는 생각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때문에 자신이 당인으로서 당에 남더라도 백의종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에 선택의 무게 중심을 둬왔다.

그러나 최종 결심단계에서 아무 직책없이 당에 잔류하는 것은 아무래도
"반 이회창" 입장인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는데다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
선배"로서의 당부 등으로 인해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말대선과 관련,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던
김대통령이 박고문에게 선대위원장 수락을 권한 부분에 상당한 정치적 의미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제 이총재는 한편으로는 "DJ비자금" 정국을 활용해 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는 김윤환 박찬종 두 선대위원장을 통해 전통적인 여권 표밭인 영남권에서의
지지도 만회를 꾀할수 있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러나 박고문의 선대위원장 수락이 곧바로 여권의
실질적인 결속을 가져오고 이총재의 지지율을 만회시켜줄 것으로 예상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고문 스스로도 현재의 각 후보 지지도 등을 감안할때 이총재를 돕는 것에
대해 당인으로서 할 도리를 다한다는 차원 이상의 큰 기대를 걸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고문이 "DJ 집권후"를 내다보면서 신한국당에 잔류한 것
아니겠느냐고 보고 있다.

또 이총재가 앞으로 지지율을 반등시키지 못하고 3위로 거의 확정되는
상황에 접어들때 있을수 있는 범여권의 "대안" 모색에도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고문의 이총재 체제 참여는 박고문과 민주당 조순 총재, 이인제
전 경기지사 및 당내 민주계 인사들과의 연대를 추진해온 서석재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의 행보에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칠지 관심이 되고 있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