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가 새사옥 준공및 창간 33주년을 기념해 한국 PR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기업루머 실태와 대책 세미나"가 14일 오후 본사 다산홀
에서 기업체 관계자 등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기업루머가 어떻게 형성, 확산되는지와 루머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이날 주제발표문을 요약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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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 ]

김영석 < 연세대 교수 >

경제계의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관련 루머를 보는 입장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한가지는 기업에 대한 동정론이고,다른 한가지는 불신론이다.

전자의 입장은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루머 발설자에게 절대적 책임을
묻는 것이고, 후자는 기업의 책임이 더 크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기업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한국기업의 경영방식이나 위기 관리
능력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반대로 발설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이들의 활동을 종식시킬 법적
제도적 장치에 관심을 더 두어야 할 것이다.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한 기업관련 루머의 확산과정은 몇가지 단계로 나누어
살펴 볼수 있다.

우선 발설자 그룹은 증권사 또는 금융권, 기관투자가의 정보팀이라고 할수
있다.

발설자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증권사에서 특별한 투자자와 기관
에게 우선적으로 먼저 배포되는 이른바 "찌라시"라고 명명되는 정보지를
통하여 루머의 조기 채택자집단에게 전달된다.

증권가에 대한 취재과정을 통하여 발설자의 정보를 접하게 되는 기자들도
이러한 여론선도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좀 다르기는 하지만
증권거래소와 증권감독원의 공시관리기구들도 이러한 집단에 포함시킬수
있을 것이다.

조기채택자의 관문을 통과한 루머는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발간하는
정기간행물(일보,주보,테마지 등)과 정보지, 언론보도, 관련공시와 주식
시장지 등 증권관련기관의 공식정보, 기관투자가의 가시적인 투자행위라는
채널을 통하여 조기대다수(Early majority) 집단에게 전달된다.

다음 단계는 후기대다수 집단으로서 소규모 개별 투자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조기채택대다수와 동일하게 여러 정보채널을 접하면서 루머를 믿고 투자
라는 실행에 옮기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증권거래법 외감법 공인회계사법 등과 관련된 구조적 측면의 문제는 크게
다음의 네가지로 집약된다.

첫번째는 부적절한 기업공시에 대한 제재조항의 미약성 문제이다.

이로 인하여 시의성이 없는 공시, 허위공시, 불성실 공시가 쉽게 통용되고
있다.

두번째는 형식에 치우치기 쉬운 공시의 내용문제이다.

세번째는 내부자 거래의 적발이 사실상 어렵다는 문제이다.

네번째는 회계감사의 독립성 문제이다.

기업루머 확산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제반세력의 행위의 문제는 루머
유통과정에 참여하는 주체의 행위문제와 기업대응행위의 문제로 구분시켜
볼수 있다.

우선, 루머유통과정 참여 주체의 문제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증권사의
무책임한 루머 남발이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다.

두번째는 언론사의 부정확한 보도행태의 문제이다.

사실보도에 있어 오보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부도와 같이 기업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수 있는 부분에 까지 사실확인 없이 단정보도를 하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세번째는,증권거래소나 증권감독원과 같은 증권관련기관들이 아직은 전문
인력의 충분한 확보부족으로 감시체계상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루머의 직접적 피해자가 될수 있는 기업들의 대응행위와 관련된 문제로는
기업설명회에 대한 인식부족과 위기관리 PR체계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들로
지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기업들은 위기에 대응할수 있는 위기관리 PR체계가 부재할
뿐만 아니라 그것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과 같은 문제점에 근거하여 루머의 효율적 통제를 위하여는, 구조적
측면에서 부적절한 기업공시에 대한 제재의 강화,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담은 공시의 유통방안, 주가 조작세력의 감시와 견제를 위한 인력-정보
시스템의 통합운영방안, 회계감사의 독립성 확보방안이 마련되어야만 할
것이다.

루머 유통과정의 참여주체 행위와 관련되어서는 증권사의 무책임한 루머
남발통제방안, 언론사의 부정확한 보도행태 축소방안이 강구되어야만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