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개막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지금 지구촌은 ''새로운 시대''의
준비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1세기의 주제어는 ''경제''.

새시대를 주도하느냐 못하느냐는 바로 이 ''경제전쟁''의 승패에 달려있다.

경제전쟁에서 승자가 되기위한 노력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도 패자가
될 경우 살아남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점에서다.

20세기 산업화시대를 앞서 마감한 선진국들은 21세기에도 선진대열에
서기위해 뛰고 있다.

중간과 후미에 있는 국가들도 ''21세기엔 다를 것''이라는 각오가 비장하다.

선.후진국 모두 한쪽에선 경제의 하드웨어인 인프라(사회간접자본)건설의
망치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량을 위한 각종 행정.금융제도개혁의
나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영국 일본 뉴질랜드 등 앞서 뛰는 나라들과 동남아 중남미 등 우리를
바짝 따라온 나라들에 본사 기자들을 직접 파견, 이들이 어떻게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그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좌표도 찾을수 있을 것이다.

<국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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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링턴 = 박영태 기자 ]

뉴질랜드는 개혁의 산 교과서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개혁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글로벌시대의
모범생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뉴질랜드의 종합적인 국가경쟁력을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3위로 평가했다.

국제 비즈니스맨들도 뉴질랜드를 국가안정도 1위국가로 꼽았다.

80년대초 뉴질랜드는 외채 물가 성장등 경제전반에 걸쳐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73년 뉴질랜드의 최대수출시장이었던 영국이 특혜관세를 폐지하고
두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뉴질랜드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개혁 바로 직전인 83년에는 성장이 0.4%로 곤두박질쳤다.

과다한 후생복지지출과 농업보조금으로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8%에 달했다.

무분별한 통화팽창으로 물가는 15%를 상회했으며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면서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드러냈다.

결국 84년 7월에는 은행과 외환시장이 문을 닫는 참혹한 지경까지
내몰렸다.

뉴질랜드의 개혁은 막다른 골목에 이른 처참한 경제를 구하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뉴질랜드는 개혁의 고통을 감내하고 기적처럼 경제회생을
이루어냈다.

최근 2년간 4~6%의 성장에다 물가도 3%이내로 안정됐다.

재정수지도 지난 93년 이후 줄곧 흑자다.

뉴질랜드의 이같은 반전은 지난 14년간 일관성있게 추진돼온 개방과
자유화로 특징지어지는 경제개혁프로그램 덕이다.

84년 집권에 성공한 노동당정부는 곧바로 모든 정책에서 특혜를 없애는
총체적 개혁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뉴질랜드 산업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농업에 대한 보조금 철폐는
뉴질랜드 정부의 개혁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가소득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정부보조금의 철폐는 경제전반에 일대
시련을 안겨주었다.

경제성장(90~91년)은 곧바로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그러나 영농기술 현대화등 각고의 노력끝에 뉴질랜드 농민들은 현재
정부보조금으로 지탱하던 당시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금융 무역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간섭도 개혁과정에서 완전히
없애버렸다.

모든 것을 자유시장경쟁체제에 맡겼다.

은행들은 더이상 대출규제나 국공채의무보유등의 규제에 시달리지
않는다.

금융산업의 진입장벽도 허물어 버렸다.

중앙은행은 정치적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면서 대신 물가안정이라는
구체적인 임무를 부여받았다.

돈 브래쉬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해말 재무부장관과 인플레 목표를
3%이내로 명시한 정책목표합의서(PTA)에 서명했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면 당장 옷을 벗어야 한다.

무역분야에도 개혁의 회오리가 몰아쳤다.

수출보조금이나 세제지원,수입허가제등이 전면 폐지됐다.

관세도 점차적으로 하향조정해 2000년에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5%로 낮출 계획이다.

91년 도입된 고용계약법은 개혁의 백미중 하나였다.

10만명의 노동자들이 반정부시위를 벌였다.

그렇지만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계약체결이
가능해져 노동시장에 일대변화를 초래했다.

정부부문의 개혁은 가장 스폿라이트를 받는 부분이다.

뉴질랜드는 88년 정부부문법과 그 이듬해 재정법을 도입, 행정투명성과
효율성제고라는 정부혁신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단적인 예가 대폭적인 공무원의 감원이다.

85년 8만5천명에 달하던 중앙부처 공무원 숫자는 현재 절반수준인
3만4천명으로 줄었다.

정부부문 리엔지니어링의 기본원칙은 정책부서의 잔류, 사업부서의
철저한 분리였다.

예컨대 교통부의 경우 항공교통관제업무 교통안전담당업무 기상업무등은
국영기업을 만들어 떼어내거나 민간에 이양했다.

뉴질랜드철강을 비롯 국가재정을 좀먹던 국영기업들은 대부분 민영화했다.

정부개혁의 또다른 특징은 정부의 기업화다.

부처의 실질적인 장(사무차관)은 기업의 CEO를 본딴 CE(Chief Executive)로
불린다.

정부와의 계약으로 고용된 이들은 직원의 채용 해고등 인사권을 갖는다.

공무원의 월급도 고정급에서 인센티브제도로 전환됐다.

이제 뉴질랜드에는 무사안일한 공무원은 없다.

94년 제정된 회계책임법은 뉴질랜드만의 독특한 제도다.

정부계정에는 마치 일반기업처럼 공공자산과 채무에 대한 대차대조표 및
누진액에 계산된 수입지출의 운영계산서가 포함되어있다.

부처는 책임있는 회계관리원칙을 채택하고 회계목표를 공표한다.

이의 달성여부에 대해서는 CE가 책임을 지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공공부문의 지출이 대폭 축소돼 고질적인 재정적자에서
벗어났다.

뉴질랜드의 개혁은 집권당이 바뀌면서도 계속됐다.

총무처의 공공개발과 담당자인 타냐 홀렛은 <>개혁의 일관성 <>확고한
리더십 <>빠른 개혁속도 등을 개혁의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뉴질랜드의 개혁성공을 경제구조가 단순한 조그마한
섬나라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14년간 뉴질랜드가 이루어낸 개혁의 성과는 "규제천국"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 개혁 연표 ]]

<> 84년 = 비료 및 제초보조금, 관개수리보조금 폐지 소비자 보조금,
생산자 인센티브 폐지 외환거래 및 대외차관 도입규제 철폐

<> 85년 = 금융기관의 투자에 대한 정부할당규제 폐지 뉴질랜드 달러의
자유변동환율제 채택

<> 86년 = 장거리 도로사용료 허가제 폐지 개인소득세율 인하
부가가치세인 상품.서비스세(GST) 신설

<> 87년 = 국내항공노선 대외개방 정부기능을 정책기능에 국한시키고
사업부처는 국유공사(SOEs)로 분리 노동관계법 노동조합법
노사교섭권 개정

<> 88년 = 국영"뉴질랜드철강" 민영화 공공부채 축소위해 국유기업 매각
공공부문 리스트럭처링위한 정부부문법(SSA)발효

<> 89년 = 교육개혁 단행 재정법(PFA)도입 GST 12.5%로 인상 물가안정을
단일 통화정책 목표로하는 준비은행법(RBNZA)제정

<> 90년 = 준비은행의 제1정책목표로 92년말까지 물가상승률을 2%대로
억제하는 것을 골자로 정부와 합의서(PTA)교환 강제노조가입
조항 폐지

<> 91년 = 사회보장제도 규모 축소 고용계약법 (ECA)제정

<> 94년 = 의료기관 통폐합조치등 의료개혁 단행

<> 96년 = 혼합비례대표선거제(MMP)에 따른 의회구성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