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15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를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한 것은 "DJ 대세론" 차단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보인다.

이회창 총재가 이날 춘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강원지역 필승결의대회에서
"부패한 구정치인과 약속을 짓밟은 인물을 격퇴시키겠다"고 강조한 대목은
김총재에 대한 전의의 수위를 짐작케 하는 것이다.

신한국당은 김총재를 고발하더라도 검찰이 곧바로 전면 수사에 나설 것으로
는 보지 않고 있지만 검찰의 내사착수 만으로도 비자금정국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른바 "DJ의 부정축재자금"에 대한 검찰의 내사및 수사는 사안의 성격상
대선이후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총재의 발목을 잡는데는
이 이상의 호재가 없다는 것이다.

또 김총재 비자금문제가 돌출된 이후 지금까지 단기적 성과는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 문제가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할 것이라는게 당관계자들의 견해다.

국민회의측에서는 여권의 DJ비자금 공세를 대선승리가 무망해지자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던진 고육책으로 보고 있으나 검찰수사와 함께 DJ비리의
껍질이 차례로 벗겨지면서 김총재에게 치명상을 입힐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김대중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간 DJP연대가 성사되더라도 여권
으로서는 손해볼게 없으며 오히려 "부패한 두 구시대 정치인의 결합"에 대한
새로운 공세 소재가 마련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무엇보다 DJ비자금 공방정국을 검찰고발로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던 여권이 안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데 크게
안도해하는 분위기다.

이탈조짐을 보여온 "태풍의 눈"격인 박찬종 고문을 잔류시키는 성과를
거두는 등 이회창총재 취임이후 당이 모처럼 전략적으로 한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DJ를 주적으로 정해 국민회의측과의 정쟁을 의도적으로 유발,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신한국당의 고민도 적지 않다.

폭로전에 대한 "여당답지 못하다"는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데다
DJ비자금을 쟁점화시키는데 성공했음에도 불구, 이회창 총재의 지지율이
반등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당내 비주류의 이탈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관계자들은 그러나 DJ비자금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는 11월이 되면
대선정국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JP 후보단일화의 성사여부가 이달말이면 판가름나고 내달부터는 여권후보
단일화 정국으로 급반전된다는 것이다.

신한국당이나 이인제 전 경기지사의 국민신당이나 모두 영남권과 보수안정
계층을 겨냥하고 있어 이회창 이인제 두 후보가 동시에 출마할 경우 여권의
정권창출계획이 무산될 공산이 큰 만큼 후보단일화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DJ비자금 수사진행상황과는 별도로 두 이후보중 누가 여권 후보로
나서느냐를 놓고 한판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 신한국당 관계자들은 이회창 총재가 역대 여당후보로서는 가장
돈안쓰는 후보로 자신을 부각시키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을 눈여겨
봐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번에 DJ에게 돈을 건넨 기업명단을 공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으
며 이달말께 찬바람이 일 정도로 "엄격한 약속"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는
한 관계자의 언급은 이회창 총재의 대선에 임하는 자세를 시사해준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인제 후보를 중도포기시키고 이회창 후보가 여권
단일후보로 대선에 나설지, 반대의 경우가 이뤄질지, 아니면 각각 출마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해 향후 정국풍향의 불가측성을 대변해주고 있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