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가 올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도쿄증시 1부의 단순평균주가는 버블붕괴후의 바닥가이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10년짜리 장기국채의 이율은 사상최저인 1.7%대로 떨어졌다.

미시경제와 거시경제의 체온계라고 할수 있는 주식및 채권시장에 이상징후
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쪽에서 뿐만 아니다.

산업쪽에도 검은 구름이 끼고 있다.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등의 재고가 급격히 쌓이고 있다.

일본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지난 95년 9월 재할인율을 사상 최저치인 0.5%로 내린후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한 일본경기가 다시 내리막으로 반전되고 있는 것이다.

15일 도쿄주식시장에서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1만7천3백엔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침체상태를 지속했다.

전날에는 한때 2년2개월만에 처음으로 1만7천엔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장기금리 지표인 10년짜리 국채(1백82회, 표면이율 연 3.0%)의 수익률도
연 1.775%를 기록하는 저금리 행진을 계속했다.

자본주의 경제사상 최저인 1.7%대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계속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같은 주가와 장기금리의 동반폭락현상은 내수부진으로 인한 경기후퇴우려
때문이라 할수 있다.

경기후퇴의 가시화로 금융불안이 증폭되면서 신용리스크가 가중되는 악순환
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이다.

도쿄증시의 1부종목 가운데 주당 순자산가치를 평가하는 주가순자산비율이
1배이하인 종목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서고 있다.

상장기업의 신용도가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생명보험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이나 외채에 비해
안전성이 뛰어난 국채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비싸도 안전한 길을 택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금융기관 자체의 경영문제도 신용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은행들이 내년 4월 실시되는 자산사정에 대비, 대출금회수를 꾀하면서
기업의 연쇄도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파탄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감독방법인 조기시정조치의
도입을 앞두고 은행을 중심으로한 금융기관이 대출선을 선별하기 시작한게
주가하락 저금리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장기금리의 이율이 하락할 경우 효율적인 자금운용선을 찾아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리는게 일반적이지만 금융기관은 불량채권상각을 위해 주식을
처분하기에 바빴다.

이로인해 주식에 자금이 흘러들어 가기가 어려워지면서 국채를 중심으로한
채권시장에 얽매이는 상황을 자초하고 만 셈이다.

일본경제는 소비세인상등으로 인한 내수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경기의 자율회복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져 있다.

대형증권회사계열의 조사기관들은 98년3월 결산기의 전체상장회사 경상이익
증가율을 7~8%대로 낮췄다.

기업들의 신용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14일에도 경기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금융시장
에 별다른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

내수부진에 따른 경기후퇴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금융시장에 몰아닥치고 있는
찬바람을 차단시키기에는 한마디로 역부족이었다.

경기후퇴에 따른 신용리스크의 가중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혼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