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레이저로 원자를 냉각,포집하는 방법을
개발해 원자를 이용한 초정밀기기 개발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자는 상온에서 시속 4천km의 속도로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절대온도에 가까운 섭씨 영하 2백70도에서도 그 속도는 시속 4백km에
달한다.

때문에 정밀관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는 순간 대상원자가 사라져버리는 탓이다.

그러나 절대온도 0도인 영하 2백73도에 가까워지면 원자의 속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수소원자의 경우 시속 1km까지 감속된다.

추교수는 지난 85년 미국 벨연구소에서 쌍으로 이루어진 6개의 레이저빔을
세방향에서 쏘아 원자를 냉각시키는 장치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레이저빔이 아주 짙은 안개가 낀 상태와 같은 기능을 하며 원자의 움직임을
붙잡을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필립스 박사는 이에앞서 자기장환경에서 "원자의 덫"을 만들어 원자를
붙잡아두는 실험에 성공했다.

타누지교수는 일련의 실험을 이론적으로 정립하는데 기여했다.

이들의 연구성과에 의해 원자의 상호활동과 내부구조를 보다 정확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원자에 담겨 있는 정보를 정확하게 읽어낼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다.

이 방법은 현재 초정밀 원자시계 개발이나 우주항해에서의 정확한 위치
선정, 지구중력에 대한 정확한 측정기법확립 등에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고려대 조동현 교수는 "이들 세사람은 70년대 나온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
했다"며 "원자를 이용한 초미세기기개발 등에 새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