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및 정치불안으로 종합주가지수 600선이 무너지면서 증시가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매물공세가 그치지 않는데다 해외한국물도 덩달아 폭락, 한국의
국가신용도마저 추락하고 있다.

이에따라 증시전문가들은 잇따른 기업부도와 그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주가폭락의 주된 배경인 만큼 증시부양의 차원이 아니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안정차원에서 특단의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6일 종합주가지수가 25.49포인트나 추락, 579.25를 기록하면서 5년만에
종합주가지수 600선이 무너졌다.

객장마다 "무조건 주식을 팔고 보자"는 투매사태가 빚어져 담보부족계좌와
깡통계좌가 속출했고 "사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외국인들도 매물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9월이후 4천7백87억원어치의 주식을 처분한 외국인들은 이날도 주식처분에
바쁜 모습이었다.

뉴욕에 상장된 포철DR(주식예탁증서)이 한달 보름사이에 22.7%나 떨어졌는
가 하면 런던에 상장된 삼성전자DR도 21.2%나 추락, 한국의 대표적인 우량
기업마저 외국인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에대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증권사 국제영업담당 임원은 "외국인들은 그동안 지표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한국기업의 내재가치가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해 왔으나 기업부도와
금융불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처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안전성이 확보
되기 전에는 한국주식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고 말했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도 "금융에서 생긴 문제는 그때그때 풀어야 하나
한보사태가 터진지 9개월이 넘도록 정부가 부도기업에 대한 뒷정리를 하지
않으니 수조원의 자금이 묶이고 그것이 금융경색과 기업부도를 양산해 내고
있다"며 "금융불안이 더이상 실물경기의 싹을 짓밟지 않도록 정부가 책임있는
대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허정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