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붉은 악마
(레드 데블스)"의 출몰은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말 도쿄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5년 전통의 일본 응원단
"울트라 닛폰"에 맞서 50여명으로 적지의 스탠드를 붉게 물들이며
열광적인 응원을 펼쳐 국내의 중계방송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어 서울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잠실대첩에서도 "12번째
선수"로 활약하며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붉은 악마의 회장 신인철(29)씨는 "붉은 악마는 통신인들의 관심과
애정어린 격려가 모태가 된 단체"라고 밝혔다.

붉은 악마는 지난 95년 PC통신 하이텔의 축구동호회 (go soccer)를
주축으로 생겨났다.

축구장에 모이는 소수의 동호인들이 경기장에서 만나면서 북도 챙기고
플래카드도 제작하고 좋아하는 선수를 위해 구호와 격려문도 만들었다.

붉은 악마란 이름은 지난 83년 "멕시코 4강신화"를 일군 청소년대표팀의
애칭에서 따온 것.

회원들은 열살도 안된 초등학생에서부터 앞머리가 훤한 40대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축구에 대한 애정과 PC통신이 이들을 한데 묶는 끈이다.

이들은 통신이란 매개체를 통해 교류와 친목을 다져가며 세를 넓혔고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로 퍼져가며 자연스럽게 오늘의 붉은 악마를
탄생시켰다.

신회장도 PC통신 경력 4년째의 베테랑 네티즌.

특히 지난해초 시작한 하이텔 축구동호회 활동을 통해 PC통신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그는 "PC통신을 통해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통신인들의 애정어린 충고를
받아 응원 아이디어를 수렴한다"고 들려줬다.

또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체계적인 응원모습은 오프라인에서
수시로 만나 땀흘리며 연습한 결과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붉은 악마의 뒤에는 수많은 노력을 기울인 운영진과 통신인들의
노력이 있었다"며 "앞으로 멋진 응원전을 벌여 우리나라의 월드컵 진출에
일조할 것"이라고 포부를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