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어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주주 등 이해관계자가 비상임이사로 선임될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문제가
많다.

정부측 설명은 통신서비스사업은 공익성이 강하고 따라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주주협의회를 구성하는 주주나
그 동일인은 비상임이사가 될수 없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같은 설명에 대해 우리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우선 전국전화사업의
공익성이 우선돼야 했다면 애당초 민간자본을 끌어들인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점이다.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민간자본을 끌여들여 놓고 경영에는 참여하지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물론 주주협의회에 참여해서 경영진과 비상임이사를 추천하는 것이
경영참여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수 있지만 그것은 극히 제한적이고 간접적인
권한행사에 불과하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허울좋은 명분론으로 자칫 공익성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영효율까지 떨어 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런 점에서 전국 전화사업자에게 공기업에 준하는 비상임이사제와
주주협의회 제도를 도입한 것 자체부터가 실익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업내용의 특수성이나 공공성 등을 감안해서 경영에 특수전문가 등의
참여가 곡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법에서 강제할 것이 아니라 회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다.

또 전화사업의 공익성은 서비스의 내용과 질에서 찾아야 한다면
경영간섭이 아니라 업무감독의 차원에서 이뤄져야 마땅하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같은 규제내용이 시대역행적이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비상임이사 자격제한의 타당성근거로 공기업특별법에 따른
한국통신의 사례를 들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민영화 특별법은 경영효율제고를 위해 궁극적으로 소유와
경영을 민간에 맡기는 완전한 민영화를 목표로 하고있다.

다만 당장 정부가 가지고 있는 소유권을 넘기는데 있어 경제력집중 등
많은 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과도적으로 독립적인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해보자는 것으로 우리는 이해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민간회사로 출발한 전화사업자의 경영자율성을 정부가
법으로 규제하려는 것은 분명 민영화의 시대흐름에 거꾸로 가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시행령에서 구체화시킨 "비상임이사가 될수 없는 중대한
이해관계자"의 근거법조항은 지난 7월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면서 당초
정부원안에도 없었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추가된 것이라고 한다.

어떤 연유인지 분명친 않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채 법제화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전화사업이 어느정도의 공익성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정부가 지금 강제하려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정당화할 충분한 요건은 결코
될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칫 경영의 비능률을 초래할 소지가 있는 주주의 경영참여 제한은
재고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