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꽃노을의 반격이 매섭다.

입단 1년생인 홍초단은 보해컵 세계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던 관록의
이영신 초단을 꺾으며 여류국수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홍초단은 17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4기 여류프로국수전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이영신초단을 맞아 2백1수만에 백으로 두집반승을 거뒀다.

1국에서 완패를 당해 배수의 진을 치고 대국에 임한 홍초단이 당초
예상을 뒤엎고 이초단을 눌러 종합전적 1승1패를 기록한 것.

이날 대국은 홍초단의 작전상 승리였다.

선제공격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홍초단은 4귀생을 챙기는 등
철저한 실리바둑을 구사, 세력바둑으로 맞선 이초단에 역전승을 거뒀다.

두기사는 포석단계에서 전형적인 정석을 취하며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다.

흑은 3연성을 취하며 일찌감치 세력작전을 구사했고 백은 3귀를 챙겼다.

이어 홍초단은 백40으로 마지막 남은 우상귀까지 점령하면서 4귀생을
도모했다.

그러나 홍초단이 먼저 완착을 범했다.

흑2점을 잡은 백62는 귀를 외면하고 좌변 중앙에 돌이 놓였어야 했다.

노련한 이초단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흑63을 선점, 좌변에서 중앙에
이르는 거대한 세력을 구축했다.

주도권을 잡은 흑은 세력을 부풀리며 1국에 이어 완승을 거두는듯 했다.

그러나 백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백은 하변에서 실리를 챙긴뒤 중앙 흑세력 삭감작전에 나섰다.

바둑은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열기를 더했다.

열세를 느낀 홍초단은 매서운 반격에 나섰고 이초단의 수비가
어우러지면서 바둑은 복잡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침착한 이초단이 미세한 우위를 유지했다.

홍초단의 진가는 종반전에 빛났다.

홍초단은 날카로운 수읽기로 역전에 성공했다.

홍초단은 이미 확보한 하변 및 4귀의 집을 최대한 넓히면서 두집반승을
거뒀다.

결승 3번기 제3국은 오는 21일 한국기원에서 열린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