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간에 컴퓨터 게임, 인터넷 항해, E-메일 등을 즐기는 직원을
적발하라"

최근 미국 기업들은 직원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꾀를 피우는 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미국경영협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주요기업의 15%정도가 직원들의
컴퓨터 파일과 E-메일을 훔쳐보거나 직원들이 업무와 관련이 없는 웹사이트를
방문했는가를 추적, 잔꾀를 부리는 직원이 없는지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역잡지인 CIO가 주요기업 1백2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상이
직원들의 컴퓨터 이용현황을 추적하고 있었다.

직원들이 방문한 웹사이트를 추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리틀 브라더",
직원들의 PC를 돌아다니며 게임프로그램을 탐색해 파괴하는 "안티게임" 등이
경영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무기.

게임프로그램 등 개인적인 목적의 소프트웨어를 아예 설치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컴퓨터를 구매해 문제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도 한다.

직원들이 한눈 파는 것을 막으려는 움직임은 의회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상원의원 로치 페어클로스는 올해초 보좌관들이 PC로 컴퓨터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대노했다.

그는 즉각 공무원들이 연방 건물 안에서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상원은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승인했다.

이에 대한 직원들의 반격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추적을 피할 수 있는 비법을 교환하면서 방어에 나서고 있다.

상사의 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돈스 보스 페이지(Don"s Boss Page).

이 사이트를 창안한 그래픽 디자이너 돈 파브리시는 "인터넷 여행은
스트레스 해소에 제격"이라며 "이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종업원들의
권리"라고 말한다.

환경보호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인 투사는 "잠깐씩 컴퓨터 게임을 즐기지
않으면 업무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이런 것까지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한다.

기업들의 움직임과 관련, 스탠퍼드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제프레이 페퍼
교수는 "종업원들이 컴퓨터게임 등에 빠지는 원인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며 "현상보다는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조성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