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제2대 유리왕 29년 (서기 10년) 모천위에서 검은 개구리와 붉은
개구리가 무리를 지어 싸우다가 검은 개구리가 죽었다.

그때 이를 검은 색의 개구리인 북부여가 멸망하고 붉은 색의 개구리인
고구려가 융성할 조짐으로 보았다.

여기에서 우리는 고구려인들이 중국의 음양사상을 일찍부터 받아들였음을
미루어 짐작할수 있다.

음양론은 중국의 전국시대 (기원전 453~221년)에 형성된 이론이다.

우주나 인간사회의 모든 현상과 생성 소멸을 음양의 소장과 변전으로
설명하는 사상이다.

다시 말해 우주나 인간사회의 모든 변화가 서로 다른 음과 양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음양사상은 오랜 세월에 걸쳐 한민족의 생활과 의식속에 깊이
스며 들어 자리를 해 왔다.

곤궁과 영달을 음과 양으로 비유한 속담들이 그 단면을 드러내 준다.

"음지가 양지가 되고 양지가 음지가 된다"거나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고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다"는 것 따위다.

요즈음의 경제현상에서도 음양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잇단 부도 내지는 도산사태로 빚어진
불황속에서도 호황 업종들이 있다는 것이다.

폐업에 따른 개업과 전업붐을 탄 간판제조업, 폐업시의 폐기설비를
인수 판매하는 점포정리업, 부도 의류업체나 백화점의 옷을 저가로 사들여
파는 땡처리전문업, 부도업체 퇴직자나 명퇴자의 창업상담을 해 주는
컨설팅업 등이다.

이른바 "하이에나 산업"이다.

하이에나는 포유류 육식동물이다.

비교적 머리가 크고 몸통의 전반부가 후반부보다 다부지며 네다리는
길고 발가락은 4개밖에 없다.

외양은 개와 비슷하나 분류학적으로는 사향고양이에 가깝다.

아프리카 인도 파키스탄 등지에 분포되어 있다.

다른 육식동물들과는 달리 죽은 짐승의 고기만을 먹는게 특징이다.

따라서 많은 짐승들이 죽어가야만 포식을 할수 있다.

하이에나의 그런 특성에 비유해 쓰러지는 업체가 속출하는 불황속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업종을 하이에나산업이라 부른다.

새삼 음양론의 재현을 절감하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