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라는 소설속에 나오는 보험이야기가 인상깊다.

작가의 동료 기요메는 우편 비행기를 몰고 가던중 태풍에 휩쓸려 안데스
산맥에 추락하게 된다.

영하 40도의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4일밤 5일낮을 헤매던 그는 죽음에
직면한다.

그때 자기가 행방불명되면 아내가 4년뒤에야 보험금을 타게 된다는
생각때문에 죽더라도 자기 시체가 빨리 발견되도록 하기 위해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바위 위로 기어올라 간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구조된다.

오래전에 읽은 것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소설속의
보험 이야기가 머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던 것 같다.

다시 이 이야기를 생각하며 위험이 있는 곳에는 보험이 있어 그 위험에
대비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위험과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보험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보험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란 말은 여기서 생긴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에서 안토니오는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면서 자기가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면 돈을 갚고,
제때 갚지 못하면 1파운드의 자기 살을 도려내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 작품이 씌어진 1596년께에는 이미 지중해 연안에 해상보험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셰익스피어가 해상보험이란 발명품을 알았다면 "베니스의 상인"은 탄생할
수 없었을는지 모른다.

사회와 과학문명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각종 고난도 위험에 노출되며
21세기는 불확실성의 사회가 된다고 한다.

보험은 불확실성과 위험의 관리과학이다.

새로운 세기는 우리사회와 국민이 개인적 집단적 위험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심리적 정신적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힐 수 있는 "구조적으로 보험든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