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왜 잘못 배웠나"

건국대 신복룡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강의 전반을 통해 흐르는 화두다.

새로운 것을 인식시키기보다는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는다는게
큰틀이다.

"역사 바로세우기"다.

이러한 작업은 1학기에는 한국정치사, 2학기에는 한국분단과 통일이란
강의를 통해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한국정치사의 오류를 짚어내고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한 학기동안 수강자 1백50명에서 많게는 2백명선.

50여명의 정치외교학과 학생보다 다른 과생들이 강의실을 점령하기 일쑤다.

신교수의 역사바로잡기는 신라시대 화랑으로부터 시작한다.

화랑에 대해 날카로운 칼을 댄다.

일제치하의 지난 30년대 이후부터 현대사학에 이르기까지 민족사와 민족혼을
부활시키기 위해 화랑제도와 화랑정신이 부각돼 지나치게 미화 오도됐다는
것이다.

신라에서 일어나 고려와 조선왕조까지 이어지고 있는 화랑의 역사를 파헤쳐
보면 부정적인 면이 짙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정조를 파는 여자로 쓰이는 화냥이라는 단어와 할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내를 한량이라고 일컫는 것도 타락된 화랑에서 비롯됐다는 예를 든다.

고려말에는 화랑이 군역을 면하는 특권층으로 변질됐다고도 한다.

곧 무조건식의 미화는 왜곡을 부른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화랑이 주는 교훈은 화랑이 도덕적으로 흥했을때 신라는 존립할수
있었고 타락했을 때 멸망했다는 사실.

나아가서는 그 시대 청년이 타락했을때 민족이 함께 우수에 젖게 된다는
점이 화랑의 정치사적 의미라고 갈파한다.

비판의 칼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삼국통일은 과연 진정한 통일인가를 묻는다.

통일이 되면서 삼국의 영토가 75%나 줄었는데 어찌 통일이라고 미화할수
있느냐는 것.

삼국사기를 서술한 김부식이 신라 경순왕의 손자로 신라중심의 역사를
기술하다 보니 이런 왜곡이 초래됐고 일제식민사학을 거치면서 굳어졌다고
일침을 놓는다.

중.고등학교때 배운 조선시대의 빈민구휼책인 대동법도 어김없이 그의
도마에 오른다.

춘궁기에 한가마를 빌려주고 가을에 한가마반을 이자로 받는 제도로 지주는
지주로 소작농은 영원한 소작농으로 남는 악순환을 남겼는데 왜 백성을 위한
정책으로만 가르쳐 지는지 통렬히 난도질한다.

한반도 분단에 대한 의미도 예외가 아니다.

신교수는 분단을 미.소냉전구조로만으로 설명할수 없다는 단호한 주장을
편다.

나뉘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민족 스스로가 갈라선 것에 다름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제적인 냉전역학도 작용했지만 이것은 종속변수에 불과할 뿐 한국민족의
책임이 더 크다고 강조한다.

물론 이같은 강의내용은 학생들의 엄청난 저항을 받는다.

신교수는 이런 반응이야말로 제도권교육이 관료주의적이고 왕조중심적
영웅중심적이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초등학교때부터 태정태세를 외우고 성인이 돼서는 용의 눈물로만 이해되는
그런 역사인식을 거부한다.

"천하가 망하고 흥하는데는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중국사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는 우리역사를 대롱을 통해서만 본다"고 편향된 역사의식을
질타한다.

이런 까닭에 중간고사나 기말시험의 정답도 강의내용이 아니라 학생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길 원한다.

또한 신교수의 강의는 강의평가제로도 유명하다.

이미 10년전부터 강의평가제를 실시해 오고 있다.

하버드에서 활용되는 평가방법을 원용, 독자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 김홍열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