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문제가 "매듭"을 찾고 있다.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 임창렬 통산장관 김인호 경제수석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은 21일 저녁 시내모처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기아해법에
관한 최종 의견을 조율했다.

기아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백약이 무효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증권시장 회생대책(19일) 흑자기업 부도방지대책(20일) 협조융자협약(21일)
에 이어 기아해법에 까지 그동안 금기시되기까지 했던 난국수습책이
숨가쁘게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고위당국자 협의에서 거론된 방향은 기아자동차를 법정관리로 넘긴
다음 채권은행들이 채권비례로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회사를
살린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물론 김선홍 회장은 당연히 퇴진하며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따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키로 했다.

기아 자체에 대해서도 회생이 가능한 수준의 추가적인 자금을 지원하다는
것등이 골자다.

정부는 이같은 기아해법의 골간을 들고 22일부터는 채권은행장들을 대상
으로 설명과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류시열 제일은행장등 채권은행장들도 이미 정부와 비슷한 결론을 내놓고
있는 상태여서 정부의 방침이 채권은행들을 통해 관철되는데는 별다른
장애물이 없다.

따라서 기아에 대한 법정관리 "실력생사"는 전격적으로 감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채권을 출자전환할 경우 자금회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신 제3자
인수는 원할하게 진행되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어떻든 지난 19일부터 기존의 정책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잡은 정부로서는
기아문제의 해결을 통해 총체적 난국으로 불리는 최근의 경제 상황을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고 그간 가장 골치아픈 과제였던 기아문제의 해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기아해법으로 법정관리를 선택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화의제도에
제도적 약점이 많아 신규자금지원이 곤란하고 경영진 개편이 어려워 기업의
정상화가 장기화된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기아그룹 내부에서는 그동안 김회장의 퇴진을 조건으로 화의를 받아줄 것을
여러경로를 통해 정부에 요청해오기도 했으나 현실적 난점이 많아 법정관리
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같은 기아해법이 채권단을 통해 행동으로 옮겨지게 되면 지난
7월 이후 급격하게 악화된 대기업연쇄 부도파문, 금융대란설, 증권시장
폭락 등은 상당부분 호전의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근래들어 경영위기를 맞은 다른 기업은 적극적으로 회생을 지원
하면서 기아만은 최강수를 고집하는 것을 두고 형평성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20일 열린 뉴코아 관련 은행장 회의엔 정부의 실무책임자가 관례를
깨고 직접 참석, 추가대출을 독려했으면서 기아는 끝내 법정관리로 몰고
간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