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상황의 키워드는 부도다.

대기업의 잇따른 부도여파가 중견기업에까지 이어지면서 경제상황은
그야말로 혼미속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의 불안정과 맞물려 기업들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도무지 예측이 안된다는 얘기만 무성하다.

이런 경제현실을 감안해 한국경제신문사가 21일 개최한 "4.4분기 경제전망
특강"은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과 내년도 전망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제발표에 나선 현대경제사회연구원 김중웅원장의 강연내용을 간추린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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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두달도 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는 국가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와 정치권에 대한 민의가 총체적
으로 반영되는 중요한 정치 행사다.

그러나 흔히 선거를 앞두고는 정책 당국의 상황 대처 및 관리 능력이
떨어지고 책임 행정의 부재 그리고 정책비젼과 리더쉽의 실종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선거에 몰리는 인력과 자금때문에 생산요소의 효율적 배분에 왜곡이
발생한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이 몹시 어려운 시기다.

기업의 연쇄부도로 금융부문의 부실이 커지고 금융 불안은 다시 기업
부도로 연결되는 위기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그로 인해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한 실망감이 팽배
하여 원화 가치와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 상황은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이 정치 과도기적
문제와 겹쳐 발생하는 금융시장의 불안과 불확실성에 그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선거에서 앞서기 위힌 공방만 계속되고, 정책 당국은
현 상황이 위기가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선거의 기능이 가져다 주는 부작용까지 가세한다면 우리
경제는 자칫 희생 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질수도 있다.

요컨대 현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첫째 문제는 우리 경제에 팽배한
불안감이다.

잇따른 대기업의 부도사태와 같은 경제 현안의 해결이 지역되면서 금리,
환율, 주가의 움직임이 극도로 불안정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연쇄 도산의 방지와 금융부문의 안정을 위한
가시적인 정책보다는 시장 원리 고수로 인해 적절한 정책을 실기하고 있다.

두번째는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경제가 통합되면서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정국에서는 이런 불확실성이 흡수되기는 커녕 더욱 증폭되는
경우가 많다.

정략에 의한 정책 결정이나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그런 예다.

세번째는 경제 부문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이다.

이미 개방과 정보화 추세에 적응하는 부문과 그렇지 못한 부문간에는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금융부문의 경색이 지속되고 선거로 인하여 자원 낭비 현사이 발생
하면 부문간 불균형 현상은 더욱 확대되어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기반이 잠식된다.

앞으로 몇개월간 한국 경제는 경제지표의 불안정,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경제 부문간 불균형을 제거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대선 정국에서 예상되는 이런 단기적인 위험 외에도, 한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구조 변화의 장기 정책 기조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단일시장경제체제로 통합되면서 생산요소의 국경간 이동이
자유로워졌다.

그만큼 불확실성도 증가하여 동남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우리에게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한편으로는 정보화 혁명의 진전으로 정보와 지식,그리고 시스템의 유연성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로 등장하였다.

이런 상항에서 한국 경제도 과거의 고성장 시대를 마감하는 구조적인
전환기에 직면하고 있다.

긴 안목에서 볼 때 우리는 지속적인 성장을 의하여 "성장의" 현상과 완전한
개방이라는 두 가지 변화에 동시에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경쟁 요소인 정보와 지식을 확충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러한 장단기 정책 과제를 생각할때, 정책 당국은 정권 교체기의 정권
누수 현상에서 초래되는 경제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관리내각으로서의
소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현 난국을 대처하는 자세가 무엇
보다 필요하다.

따라서 연말까지의 정책 운용 방향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한 시급한
현안 문제를 처리하여 경제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우선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모든 경제 주체의 심리적 안정을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실물 부문에서는 기업의 추가적인 연쇄부도를 방지하기 위해 한계
기업의 자구노력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셋째 국내 금융과 실물 부문의 위기 상황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대외신인도를 회복하는 것이다.

지난 며칠간 발생한 원화 가치 급락과 증시 붕괴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갖추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여기에는 현 정부가 시작하되 차기 정부에 인계할 사안과,현 정부보다는
다음 정부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으로 구분된다.

정부 규제의 혁파라든지 금융개혁의 추진은 지금부터 시작해서 다음 정부
에서도 꾸준히 계속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문민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중 마무리지을 수 있는 것은 될 수
있는한 시급히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반면 기업 경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정책은 차기 정부에서 새롭게 정책
기조를 설정하여 추진하여야만 정책 혼선을 방지하고 경제 주체들에게
불확실성을 덜어주는 길이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부가 앞장서서 현재의
위기를 해결해 나간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여주어 대내외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의욕이 앞서는 선발 투수가 아니라 침착한 구원 투수의 역할,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의 역할이 어느때 보다도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