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의 특별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22일 신한국당 당무회의는
한마디로 당의 분열과 혼란상을 드러낸 축소판이었다.

이총재가 이날 명예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의 사실상 탈당을 촉구했고,
김대통령은 이를 정면 거부하는 등 집권여당이 전례없는 대혼란에 빠져드는
시점에서 소집됐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당주류와 비주류 의원들은 서로 격한 감정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주류측은 서상목 의원 유한열 전의원이 나서 김영삼 대통령과의 단절과
3김 청산의 불가피성을 역설했고 서청원 신상우 의원 등 비주류측은 이총재의
지도력 부재를 거론하며 "용퇴"를 촉구했다.

이총재의 핵심측근인 서상목 의원은 김대통령의 당적 포기를 요구하면서
비자금수사 유보를 발표한 김태정 검찰총장의 인책론을 제기했다.

서의원은 특히 "김대중 총재의 비자금수사 촉구는 정치풍토를 바꿔 정치
수준을 높이자는 것이었고 이번 사태로 이총재의 지지율이 2위로 올라섰다"며
김대통령과의 단절, 검찰수사 촉구 등 이총재측의 "강경론"을 대변했다.

유한열 전의원도 "검찰의 전격 발표로 "DJ 비자금" 폭로과정에 검찰이나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이 없었던게 확실해졌다"며 당직자들의 일심단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서청원 의원은 "작금의 어려움은 이총재의 지도력 부재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이총재를 정면 비판했다.

서의원은 "이총재는 경선이후 3개월간 지도력 부재와 정체성에 의문을
드러냈으며 명예총재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은 용납할수 없다"면서 "이총재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결단해야 한다"며 "용퇴"를 촉구했다.

신상우 의원도 "이총재는 김영삼 정부에서 탄생한 인물"이라며 "이 시점에서
김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이 제대로 가는 것이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의원들의 논란이 거세지자 이한동 대표는 "명예총재의 당적포기와 이총재의
지도력 부재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가까운 시일내 이총재와 토의할 기회를
마련토록 하겠으니 검찰총장의 인책문제는 당지도부에 일임해 달라"며 서둘러
회의를 종결했다.

한편 당중앙위 총간사협의회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내 일부의 후보
교체설및 당을 분열시키는 해당행위세력들에 대해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