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아자동차에 대한 법정관리 방침을 전격 발표하자 재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기아사태에 해결의
실마리가 생겼다"는 기대감과 "기아자동차의 총파업 등으로 또다른
불상사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하는 반응을 보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강건너 불보던 식"의 태도를 바꿔
경제불안의 한 요인이었던 기아사태의 해결에 적극 개입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면서도 "그동안 기아자동차가 법정관리를 강력히
반대한데다 노조도 파업방침을 밝혀서 예측불가능한 사태로 반전될
위험이 있다"고 걱정했다.

반면 기아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현대 대우 등 자동차업계는
"기아자동차의 정상화를 희망해왔는데 이것이 무산돼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이날 정부의 기아사태 처리방침 발표가 나오자
즉시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해 정부방침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과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긴박히 움직였다.

[[ 재계 ]]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아사태는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에서 비롯됐다"며 "기아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금융시장의 안정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전경련은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리의 하향안정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 기업경쟁력 향상과 구조조정 원활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히 추진되기를 바란다"며 경제안정을 위한 추가대책을 기대.

기협중앙회는 "정부가 기아사태에 적극 개입해 해결방안을 발표한데
대해 적극 환영한다"며 "기아자동차의 정상화방안이 법정관리계획에 따라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기협은 특히 "최근 부도위기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협력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계획이 조속히 수립되어 어음할인을 비롯한 긴급운영자금
등이 실효성있게 지원됨으로써 기아자동의 조기정상화를 뒷받침하고 더이상
협력업체의 도산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영훈 기자>

[[ 자동차업계 ]]

기아그룹에 대한 정부의 법정관리 방침이 발표된 22일 도쿄 모터쇼 참관을
위해 일본 도쿄에 모인 국내 자동차업계 최고 경영진들은 기아사태 여파가
자동차업계 전체로 파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병재 현대자동차 사장은 "기아측의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져 기아가
자력회생하기를 바랐는데 법정관리 소식을 듣고 나니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면서 "좀더 지켜봐야겠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태구 대우자동차 회장도 "기아자동차의 자력회생을 바라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며 "당분간 사태추이를 지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해영 대우자동차판매 사장은 "기아자동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협력업체들도 조업중단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에 기아의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납품받는 현대.대우.쌍용자동차 등도 조업에 연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사태여파 확산을 우려했다.

한편 5개차종이 전시된 기아자동차 부스에서는 기아 관계자들이 정부의
발표를 전해듣고 모두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서 "프레스데이에 이런
악재가 터질 줄 몰랐다"고 망연자실해 했다.

<도쿄 = 고광철 기자>

[[ 협력업체 ]]

기아그룹 1만7천여 협력업체 모임인 기아그룹협력회사(기협련.공동의장
홍성종 남양공업대표 등 5인)은 22일 경기 안산 기안회관에서 비상대책위를
개최한 뒤 성명을 내고 정부의 기아 법정관리 강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협련은 "법정관리 강행으로 인한 기아 노조의 파업으로 협력업체의
조업이 중단될 수 밖에 없다"며 "화의에 의한 해결만이 기아사태를
순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 포드사 ]]

기아자동차의 주식 16.91%를 보유해 최대 주주의 위치를 갖고 있는
미국 포드사는 현재 법정관리 방침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법정관리 수순에 따라 대출금 3천2억원을 출자전환하면
약 30%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 떠오르게 돼 포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쨌든 포드는 당분간 지분철회 등 급격한 입장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대신 향후 예상되는 불이익 등에 대한 한국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도록 요청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윤성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