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36) 쌍용투자증권 사장은 90년대 후반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중 한사람이다.

여러 행사에 거액을 내놓아서가 아니라 "열린 문화공간"을 만들어 뜻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여의도 쌍용투자증권 지하2층에 마련된 "쌍용 300홀"이 바로 그런 공간.

쌍용투자증권은 지난해 5월 여의도에 신사옥을 완공하면서 지하2층에 3백석
규모의 중형공연장을 만들었다.

"처음엔 강당과 국제회의장으로 사용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3백명을 수용할수 있는 공간을 사내행사용으로만 사용하기엔 다소
아쉬운 감이 있더군요.

이를 문화예술인들과 일반인들에게 개방,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연극인 최불암씨가 그를 찾아왔다.

여의도 지역문화운동 차원에서 여의도예술문화원을 결성한 최씨가 쌍용300홀
사용요청을 해와 기꺼이 받아들였다.

"최불암씨는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배우 아닙니까.

저도 평소에 존경하고 있고요.

작품을 발표하고 싶어도 공연장이 없어 애태우는 사람들에게 쌍용300홀을
이용할수 있도록 하자고 합의, 그분에게 운용을 맡겼습니다"

쌍용300홀은 연극 무용 음악 영화 대중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

특정분야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술영화축제" "재즈페스티벌" "제3세계권음악" "새음반정기시연회"
"전위예술무대" "젊은 무용가전" "수요음악회" "뮤지컬 레미제라블".

다른 메세나기업이 음악이면 음악, 연극이면 연극 등 한 분야를 집중 지원
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아마추어에게도 문호가 개방돼 있는 점 또한 쌍용300홀의 특색.

프로는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같은 큰 공연장에서 대규모공연을
갖도록 하고, 쌍용300홀은 아마추어들의 살아있는 생활문화공간으로 가꿔
가겠다는게 김사장의 지론이다.

"외국에선 문화행사가 일상생활의 한부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동네 사람들이 모여 연극을 한다든가 재즈페스티벌을 연다든가 하는 것은
흔한 모습이지요.

한국에는 공연하는 사람, 관람하는 사람이 구분돼 있어요.

문화예술의 기반 확충을 위해선 일반인이 참가할수 있는 무대가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제1회 전국 주부연극제를 쌍용300홀에서 치를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같은
취지에서다.

11월10일부터 12월20일까지 열리는 주부연극제에서 김사장이 기대하는 것은
많지 않다.

"주부들이 쌍용자동차를 사고 쌍용투자증권을 이용하기를 기대해서가
아닙니다.

사회활동에서 소외돼온 주부들에게 여성 특유의 감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주자는 것뿐입니다.

물론 이를 계기로 쌍용의 이미지가 개선된다면 금상첨화겠지만요"

김사장은 이처럼 "열린 문화공간"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쌍용300홀을 운영하는 여의도예술문화원(783-1001)에 매달 1천2백만원을
후원,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한다.

또 95년부터 봄이면 여의도에서 팬츠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달리는 "생쥐
마라톤(Rat Race)"을 개최하고, 9년째 "바둑여왕전"을 주최하고 있다.

83년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86년 조지타운대에서 외교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95년 12월부터 쌍용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중이다.

82년 전국체전에 스키선수(강원도 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받았으며, 89년
프랑스 인시아드대 교환학생 시절 사르트르소설을 각색한 연극을 공연했을
만큼 다재다능한 기업인이다.

<박준동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