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군에서 청양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임천섭 씨는 농사를 지은지 40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 2년 전부터 국내 치킨 브랜드와 치킨 소스 생산을 위한 계약재배를 시작하면서다. 예전에는 농사를 짓고 나면 새벽부터 일찍 60km 넘게 떨어진 안동 시내 공판장까지 나가 고추를 팔아야 했지만, 계약재배를 하면서부터는 판로 걱정없이 농사만 짓고 있다. 치킨업체에서 정해진 물량을 매년 사주는 데다가 물건을 직접 가지러 농가에 들르기 때문이다. 임씨는 “손주들에게 할아버지가 농사 지은 고추로 만든 치킨을 사먹으라고 이야기한다”며 “품질 유지에 품을 들일 여유도 더 생겼다”고 말했다.충북 단양군에서 농사를 짓는 서용혜 씨도 작년부터 청양홍고추를 납품하고 있다. 처음엔 앞으로 고추 가격이 오르면 어떡하나 싶어 계약재배를 망설였지만 주변 어르신이 “젊은 노부들은 코 앞만 본다”며 적극 추천했기 때문이다. 실제 계약재배를 해보니 공판장에서 가격으로 씨름하지 않아도 되고 정산 주기도 일정해 생활이 안정됐다. 서씨는 “게으름 안피우고 농사만 잘 지으면 수익이 나오니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교촌치킨과 계약을 맺고 청양고추를 납품하는 농민들이다. 교촌치킨은 지난 3년간 청양홍고추, 마늘, 아카시아꿀 등 총 3825톤(t)에 달하는 우리 농산물을 계약재배를 통해 수매하며 지역 농가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6일 교촌치킨 소스회사인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BHNBIO)를 방문해 우리 농산물로 만든 소스 생산과정을 들여다 봤다. 치킨업계 유일 ‘소스 생산시설’비에이치앤바이오는
‘올리브 키터리지’의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Elizabeth Strout)가 10번째 소설을 들고 런던을 찾았다. 영국은 작가에게 특별한 공간. 그가 미국에서 대학 졸업 직후 영국으로 넘어와 1년간 바에서 일하며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 후로도 20년이 지나서야 소설가로 데뷔했고, 2008년 ‘올리브 키터리지’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19일 저녁 런던 사우스뱅크 퀸 엘리자베스 홀에서 열린 북토크는 만석이었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녀부터 머리 희끗희끗한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이 모여들었다. 성별 비중은 여성이 압도적이었다. 언뜻 봐도 여성 독자 비율이 70% 이상 되는 듯했다. 일찍 도착한 독자들은 그의 소설을 읽거나 오디오 북을 듣거나, 아니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행사장 풍경은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 진행을 맡은 언론인 알렉스 클라크(Alex Clark)와 작가가 함께 등장했다. 작가는 편안한 자세로 앉아 진행자의 이야기를 듣고 반응하고, 질문에 답했다. 그의 음성은 나긋나긋하면서도 위트있고, 진지하면서도 유쾌했다. 그의 소설이 편안하게 들리다가 헉, 소리가 날 정도로 깨달음이 오거나, 의미 없는 수다 같지만 돌이켜보면 묵직한 울림이 있는 것처럼, 작가의 화법도 꼭 그랬다.북토크 초반엔 그의 신작 ‘텔 미 에브리씽(Tell Me Everything)’ 일부 대목을 직접 낭독했다. 특유의 섬세한 자연 묘사와 소설 속 인물을 대하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문장들이 공간을 채웠고, 객석에는 유쾌한 웃음이 퍼졌다. 드디어 만난, 루시 바턴과 올리브 키터리지스트라우트는 이 책에서 그간 9권의 책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이 '사랑의 발레단'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수석무용수들이 부부의 연을 맺고도 계속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발레 팬덤을 만들어낸 황혜민·엄재용이 그랬고, 그 뒤를 이어받아 손유희·이현준(현역 수석무용수)이 발레단의 주축을 이끌었다. 지금 수석무용수로 뛰고 있는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도 부부다. 이들은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40주년 정기공연 <라 바야데르>에서 주인공들로 호흡을 맞췄다. 함께 춤을 추다가 사랑에 빠진 이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면 공기가 달라진다. 지난 27일 오프닝 공연에서도 그랬다. 주인공을 맡은 강미선(니키야)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솔로르)가 표현한 무대는 발레가 테크닉과 젊음의 영역만이 아님을 증명해냈다. 이들이 마임으로 채워가는 몸짓에서 자꾸만 대화가 들렸다. 사랑, 배신, 비탄, 비난…. 다양한 대화가 이들 사이에서 쏟아져나왔다.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는 신분의 차이로 비밀스럽게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제사장 브라민에 의해 그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국왕이 자신의 딸인 공주 감자티를 솔로르와 결혼시키려는 생각을 알게 된 브라민은 솔로르를 제거하기 위해 니키야와 솔로르의 관계를 발설해버린다. 그런데 국왕은 오히려 니키야를 없애버리겠다 한다. 고전발레에서 대부분의 남자 주인공이 그렇듯 솔로르는 어리석게도 연인을 배신하고 감자티와 혼인을 해버린다.강미선은 슬픔으로 가슴이 터져나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춤을 춰야하는 운명을 처연하게 춤으로 풀어냈다. 비탄에 잠겨 춤을 추면서도 솔로르를 계속 바라보는 애절한 눈빛은 단시간에 체득한 것이 아니었다. 독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