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경영하면 위기도 기회로 변하죠. 골프장 운영에는 더더욱
따뜻한 마음이 중요한 것같아요.

21세기엔 여성의 역할이 훨씬 커질테고 기업문화도 그만큼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최근 에세이집 "그린에 심은 사랑" (우리출판사)을 펴낸 이정행(39.본명
이순옥) 장호원컨트리클럽 전무는 "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큰 자원"
이라고 말했다.

그는 황무지에 골프장을 만들어 헬기로 고객을 모시고 국내 최초로
부킹공증제를 도입해 골프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주인공.

이책에는 골프장 건설에 얽힌 어려움과 젊은 시절 아쉽게 그만둔
교사생활에 대한 추억, 남편 송석린 (장호원CC대표)씨와의 만남,
경영일선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느라 세 아이에게 어머니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아픔, 1백50여 직원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경영법" 등이 담겨 있다.

20년전부터 집안일을 도와주는 "진주할머니"의 근검한 삶, 대학졸업후
부임한 경남 하동 양보중학교에서 만났던 멋쟁이 장선생님 등 착한 주변
사람들의 모습도 그려져 있다.

"골프장을 공식개장한 뒤 책을 내고 싶었지만 성공담보다 힘들었던
과정을 털어놓는게 더 의미있을 것같아 용기를 냈어요"

회원권 판매 등 해야할 일이 많다면서도 그의 표정은 밝다.

"위기 때마다 남편과 저에게 힘이 돼준 건 직원들이었어요.

공식 개장을 앞둔 요즘 회사를 방문하는 사람마다 직원들의 미소띤
표정과 싹싹한 말투, 가족적인 분위기에 매료된다고들 합니다"

물론 남편의 집념과 추진력이 없었던들 이같은 결실은 없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남편을 도우며 "그늘"에서 생활했던 그간의 시련들이 오히려 자신을
세워준 힘이었다고.

틈틈이 쓴 시 1백여편을 간직하고 있는 "문학소녀"이자 매주 화요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21세기아카데미 최고경영자 독서대학" 모임에
열성적으로 참가하는 책벌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밝게 만들죠. 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회사를 꾸리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가꾸고 싶어요" 그는 "그린에 "심은"
사랑이 언젠가는 풍성하게 "열매 맺을"것이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며 환하게 웃었다.

경남 진주태생인 이씨는 고려대 교육대학원 (교육행정학)을 졸업했으며
91년 설립된 (주)홀인원골프클럽 대표도 맡고 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4일자).